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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May 13. 2024

누군가 죽었고 사람들은 싸운다

20240513

누군가가 죽었다. 젊은 여자라고 하는데 10대인지, 20대인지, 30대라면 미혼인지 기혼인지도 모르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죽었다.

분리수거를 하고 아이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서 오는 길에 경찰차 몇 대와 경찰 봉고,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호기심에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와 봉지 안의 아이스크림을 외면했다. 가까이 다가가는데 모르는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내쪽으로 오다 멈춰 선다. 나에게 하얀 얼굴로 꺼낸 말은 이 어린 소녀 입에서 나와도 되는 말은 아니었다. "젊은 여자가 떨어졌데요. *층인지, *층인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구급차도 오고 경찰차도 왔어요."라는 말에 아이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너 괜찮니?'

아이는 가던 길을 갔다. 다가오는 누군가에게 같은 이야기를 꺼냈을지는 모르겠다.

사람들 무리에 다가가자 최초 신고자인듯한 노인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 좋은 날 이게 무슨 일이래."

"우울증이었나 보네요."

"춥고 힘든 겨울 다 지났는데 쯧쯧쯧."

"이렇게 꽃도 예쁜 봄에 왜 그랬데."

"우울하면 그런 거 안 보여요."

"아니 이렇게 좋은데 살면서 왜 죽어."

죽었다는 말을 확인하는 순간, 그 아이가 그건 몰랐기를 바랐다.

"그러니까 죽으려면 이사를 가던지."

엥??? 지금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싶어서 돌아보려는데 앞에 있던 노인의 음성이 들린다.

"아까 놀라서 전화하면서 나도 죽으려면 다른 데 가서 그러지$%@(&^*)#$"

뒷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돌아서 마주한 그들은 구부정하고 희끗희끗하고 키도 작은 노인들이다. 다들 내 어깨 높이에 눈을 뜨고 입을 쉬지 않는다. 죽은 사람을 말로 또 죽이는 그들은 내가 오가며 인사했을 누군가 일지도 모른다. 내 아이 친구들의 할머니, 할아버지일 수도 있다. 죽은 사람의 이웃이었을 수도 있고 함께 무언가를 하던 사이일 수도 있다.

환멸스럽다.


앞에 있는 경찰 봉고 트렁크가 열리며 하얀 천이 나온다. 시신을 위한 건지 화단의 잔해를 수거하기 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처리 중이다. 또다시 웅성웅성 소리가 커진다. 내 앞의 노인이 다시 입을 연다. 옷도 안 입고 어쩌고 하얀 티 하나 입고 저쩌고. 우울증을 언급하며 답답해하던 아줌마가 결국 정치적 발언을 하고 기분 나쁜 티를 내며 집으로 향했다. 그러자 내 뒤의 노인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냐며 큰소리를 친다. 가다 멈춰서 다시 한마디 하는 아줌마에게 단체로 악을 쓴다. 아줌마가 멀어지던 말던 큰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난리다. 말리는 이 하나 없다. 다들 한 발짝 멀리서 그들을 쳐다보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그들에게 지랄병이 옮을까 봐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누군가가 죽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큰 소리로 싸운다.

정상이 하나도 없다.


노인이 되면 현안이 생기고 삶만큼 지혜롭고 다정함을 넘어 자애로워지는 줄 알았다.

이 짧은 시간 만난 인간들 중에 가장 다정한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가던 그 어린 소녀였다.

소녀야, 넌 저렇게 늙지 말아라. 나 역시 노력할 테니.


#사진출처픽사베이

#한달매일쓰기의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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