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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May 18. 2024

아이친구 엄마들과 술을 마셨다

20240518

오랜만에 평일 저녁약속을 잡았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 양꼬치에 맥주를 먹기로 했다. 신랑이 일찍 오는 금요일 저녁이 디데이다. 아이 미술학원 장거리 라이딩으로 힘들었지만 약속장소로 향하는 마음은 시속 130km 보다 빨랐다. 마지막에 도착하니 막 숯불이 나오는 참이었다. 맥주를 한잔씩 따라서 짠을 하고 들이켰다. 와! 마른땅이 단비를 만나듯 지친 내 몸이 알코올을 흡수하며 엔도르핀이 머리끝부터 발톱까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양꼬치를 굽고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데 왜 이리 편한 건지. 놀이터 그 불편한 의자에 등을 세우고 앉아 한쪽 귀로는 이야기를 듣지만 눈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떨어뜨리지 않으려 애쓰던 때와는 달랐다. 편한 자세로 상대에게 집중하고 가감 없이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기까지 1년이 걸렸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고 꾸준히 놀이터에서 만나고 어울리던 아이들의 엄마들이다. 아이들은 2학년이 되고 다른 반으로 또는 같은 반으로 배치됐다. 하지만 아이들의 담임선생님과 학급 친구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1년의 시간은 우리에게 충분히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아무리 아이들이 함께 놀아도 엄마들이 편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렇게 만난 걸 보니 우린 좀 편한 듯하다. 놀이터에서 만나던 시간보다 많이 즐겁다. 보글보글 거품이 오르는 맥주가 곁들여지니 수다가 더 시원하다. 돌아가며 지글지글 양기름이 배어 나오며 맛있는 냄새가 난다. 특유의 빨갛고 노란 가루 소스에 콕 찍어서 먹으니 수다가 더 맛있다. 어느새 식당에 우리만 남았다. 정해진 종료시간은 없었지만 더 있기는 좀 미안하다. 거리로 나오자 아직 집에 가기는 아쉬운 시간 11시. 누군가의 하이볼 한잔 더 하자는 말은 딱 적절한 발언이었다.

한 시간만 더 놀자고 들어간 와인샾에서 마신 노란 하이볼은 달큼하다. 술 같기도 음료 같기도 한 이 요상한 아이는 좀 더 깊숙한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우리의 수다도 공이 높게 튀어 오르고 내려가듯 깊어진다. 통통통  튀어 오르며 주고받는다. 그렇게 튀던 수다가 자정을 훌쩍 넘어 아쉽지만 끝을 내야 할 때가 왔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너무 짧다. 우리의 수다도 너무 아쉽다. 다음엔 방을 잡아야 할라나?



#한달매일쓰기의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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