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하며 인생 최고의 VIP가 됐다

이때 아니면 언제 또...

by 사리

남자의 어머니께서 핑크 지갑을 건네신 그날, 결혼식장과 날짜가 정해졌으니 이제 진정성 있는 결혼 준비가 시작되었다.


준비 1. 상견례 相見禮

봄꽃이 만발한 5월에 온 가족이 상견례를 위해 꽃보다 예쁘게 단장을 했다. 최대한 참하게 보이고 싶어서 상견례 의상을 검색했지만 결국은 내 스타일대로 볼륨감을 한껏 살려낸 새파란 쟈켓을 입고 나갔다. 하나 남은 큰 딸의 상견례 자리여서 가족들은 봄꽃이 터지듯 마냥 신이 났다. 엄마, 아빠를 중심으로 한편에는 내가 다른 한편에는 동생들 내외가 앉았고, 맞은편의 남자 가족들보다 우리 쪽 수가 2명 더 많은 게 왜 이리 든든하던지 시작부터 좋았다.

자리에 앉고 인사를 한 후 내가 전달하지 않았지만 사실인 남자의 칭찬이 아빠의 입을 통해 나왔다. 마찬가지로 남자 어머니도 내 칭찬을 해주시니 역시 상견례 경험자들은 다르셨다. 어른들이 계신 테이블의 격식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달리 옆 테이블의 양가 동생내외들은 서로 궁금한 거를 묻고 대답하며 견제를 하다가 큰언니 칭찬을 하다가 자랑 아닌 자랑 하기를 반복하는 탐색전이 벌어졌다. 어찌 보면 흔한 상견례 자리였겠다. 그리고 흔한 예비신부는 배는 고픈데 먹지 못하며 장단을 맞추느라 안면근육운동에 온 힘을 쏟았다. 맞은편의 남자를 보니 내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아 동지애가 솟아났다.

상견례 자리에서 체면껏 하하 호호를 나누던 중, 알고 보니 아가씨가 될 남자의 누이는 나와 내 동생들의 중고등학교 후배였다. 음, 꼰대는 아니지만 뭔가 우리 세 자매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남자 부모님이 다니시는 성당은 우리 가족 역시 다니던 곳이다. 내 첫 영성체를 했던 의미 있는 성당이었고 부모님도 꾸준히 활동을 하신지라,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지인들이 꽤 많았다. 게다가 얼마 전 이사한 큰삼촌이 남자의 아버지와 함께 성가대 활동을 시작한 지 보름이 채 안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집안을 훤히 아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다. 주위에서 양쪽 집안이 모두 좋고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으니 양가 부모님 모두 흡족한 결혼상대였다.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꽃보다 예쁜 우리 넷


준비 2. 혼수 婚需

상견례에서 혼수나 예단을 생략하자는 말씀이 없으셨고 나도 한번 하는 결혼인데 다 준비하고 갖추고 싶은 마음이었다. 혼수 준비는 한복부터 시작됐다. 예비 시어머님이 알아오신 한복집은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곳으로 녹의홍상에 연분홍 당의를 골라 입히신 후 말씀하셨다. "얼마예요?" "150만 원입니다." 그 고운 한복 한벌이 혼수 비용의 기준점이 되었고, 한 번이 어렵지 돈의 단위가 백을 넘기는 소비가 너무 당연해졌다. 많이들 생략하던 예물 시계까지 주고받으며 모든 혼수를 각자, 각각 준비했다. 내가 이렇게 돈을 펑펑 쓸 날이 언제 오겠나 싶어서 머리에 총 맞은 것처럼 결제를 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라면 마땅히 관리를 해야 하는 법, 피부과에서 정기권을 결제하는 걸 보고 남자가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했다.

"400만 원을 일시불로 결제하는 사람 처음 봤어."

'응, 내 손 떨리는 거 못 봤니? 결혼식날 빛나는 나를 만날 거야.'

결혼 전 마지막 명절인 추석을 즐기기 위해 동생이 있는 미국으로 날아가서도 쇼핑은 계속되었고 갈 때 가볍게 하나 들고 간 케리어는 크기도 무게도 배가 된 2개의 케리어가 되어 혼수를 잔뜩 쟁여왔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 결혼 살자고 하는 건지 죽자고 하는 건지 등골이 휘겠다. 결국 이렇게 벤츠 2대 뽑을 돈으로 예단과 함을 주고받고 혼수를 준비했다. 이렇게 한 결혼인데 이혼은 없다 맹세했다.

애정하는 브랜드 쇼메


준비 3. 스드메

먼저 결혼한 동생들 덕에 단골이 된 드레스샾에서 드레스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메이크업, 스튜디오는 일사천리였다. 패키지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거라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반면 비용은 올라갔다. 그래도 웨딩촬영 10시간 동안 드레스 7벌, 한복 3벌을 갈아입으며 모델놀이를 했으니 본전은 찾았다고 긍정회로 돌려본다. 이 모든 과정에서 동생들이 함께여서 더 즐겁게 긴 시간을 촬영할 수 있었고 우리의 추억이 하나 더 생겨서 돈과는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결국. VIP

이렇게 돈을 써대니 백화점, 스드메 샵, 피부과 그 어디에서도 VIP 가 아닌 곳이 없었다. 결혼 두 번 할 건 아니라며 즐기긴 했지만 가장 좋은 VIP는 따로 있었다. 이 모든 게 나를 VIP로 만들어준 남자와 함께였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VIP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상견례 자리에서, 혼수를 준비하며, 스드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조건 내 편인 나의 소중한 가족들이 함께인 덕에 내 인생 최고의 Very Very Important Person 이 되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가족과 함께 했기에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왜 집에 대한 말씀은 없으신가요? 집 열쇠를 건네주는 건 남자의 역할이다는 말씀만 믿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수줍은 예비신부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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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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