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관찰하니 내가 문제였다

진짜 부모 공부 - 김종원

by 사리

어느 정도 상태가 진정이 되자 아이와 아수라장이던 관계 역시 덜 격정적인 양상을 띠었다. 관계의 개선은 나만 변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의 변화가 아이를 변화시켰고 이 결과로 관계가 변했으니 결국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가 바뀐다는 명제를 몸소 체험한 셈이다. 아이를 고치려 하기보다는 나부터 돌아보고 고쳐야 했다. 그렇다고 내가 여태까지 아이를 학대하거나, 방관하거나, 과잉보호를 한 극단적인 부모는 아니었고 아이 역시 금쪽이는 아니었다. 부족할 때도 많았지만 내 자리에서 좋은 부모에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며 양육했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부모를 넘어 바른 부모가 되고 싶었다. 내가 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만큼 나와 똑같은 아이 역시 성숙하게 자라기를 바랐다.


아이를 지적하며 '바르게 해'라는 말을 참 많이 한다. 특히 초등학생이 된 지난 1년 간 매일같이 했던 말이다. 그런데 나는 얼마나 바른 엄마일까? 바른 부모 레벨테스트가 있으면 좋겠지만 돈을 준다 해도 받을 방법이 없기에 나와 아이의 행동부터 관찰하기로 했다.


최근 들어 아이에게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손끝을 이로 뜯는 모습이었다. 12월 즈음부터 보이는 모습에 처음에는 모른 척하려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아 지적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일 뿐,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빈도는 점점 늘어났다. 불안에서 기인한 무의식의 발현인 건 알겠는데 어느 순간 불안을 느끼는지 그 원인이 애매했다. 그리고 습관으로 고착되어 버린 건 아닐지 걱정이 됐다. 습관이 된 거라면 불안 요소를 찾고 제거하기도 힘들뿐더러 습관을 없애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던 중 상담을 하는 지인에게 조언을 들었다.


1.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어봐라. (추궁이 아님) 그냥이라고 대답할 경우, 이유가 있을 거라고 알려줘라. 아이는 잘못했다 느끼면 그냥이라고 회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네가 잘못한 게 아니고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안심을 시켜줘라.

2. 손끝을 물어뜯는 네 행동이 많이 걱정하고 있으며, 사례를 객관적으로 사실만 알려줘라.
3. 주로 책을 읽을 때 손끝을 물어뜯는 아이에게 독서대와 촉감이 좋은 물건을 쥐어줘라.


아이와 이야기해 보니 지인의 말대로 그냥이라는 말을 했고 '네 잘못이 아니고 뭔가 이유가 있을 거니 같이 생각해 보자. 괜찮다'는 말에 아이가 찾아낸 이유를 공감하고 노력하기로 했다. 그리고 걱정되는 엄마의 마음을 전달하며 지속적으로 그런 행동을 할 경우 손에서 사라지지 않는 상처와 아픔을 이야기했다. 추가로 나중에 핸드폰이나 게임기가 생겼을 때, 손이 아파서 힘들어한다는 하얀 거짓말도 했다. 마지막으로 해결 방안을 이야기하니 책을 읽을 때 독서대를 사용하며 손에 인형을 쥐고 보거나 책을 잡고 읽었고, 그 후로 아이가 의식적으로 손을 가져가지 않게 되었다. 아이도 스스로 노력하는 것을 알기에 오늘은 몇 번만 입에 넣었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레 했고, 넌 뭐가 돼도 될 거라며 노력에 대해 폭풍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잦아드는 와중에 예전과 같이 협박식으로 혼내는 상황이 발생했고, 아이는 그 짧은 시간에 손을 입으로 수십 번을 가져갔다. 그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원인이었던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 확신하게 됐다. 며칠 후, 비슷한 사건에서 아이의 잘못만을 훈육하니 아이는 손을 입에 가져가지 않았다. 그 후로 아이를 편하게 훈육하고자 자행했던 협박을 멈추자 아이가 손끝을 물어뜯는 모습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지인의 조언대로 아이와 대화한 이후 12일이 지난 오늘은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




좋은 엄마지만 바른 방식으로 양육하지 못했다.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는 수많은 양육서를 봐왔지만 내 머릿속에 도서관의 열람표처럼 존재할 뿐 실체는 없었다. 그 많은 책들을 무엇부터 다시 읽을지 고민하며 책장을 보다가 김종원작가가 쓴 진짜 엄마 공부가 눈에 띄었다. 작년에 필사를 해보고자 사놓고 며칠 못했다. 평소에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김종원 작가는 성숙한 어른 그 자체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그와 같은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구입했던 책이다. 다시 펼친 책에 내가 찾던 방법과 갖추어야 할 방향성이 있었다.

김종원 작가 역시 넘쳐나는 육아서를 아무리 읽어도 삶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 좋은 글이 아직 나의 것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도 명확히 알려준다. 그리고 필사와 낭독을 해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필사와 낭독은 모든 부모가 해야 할 최소한의 지적 행동입니다. 낭독하고 필사하다 보면, 여러분의 세계는 더욱 깊고 풍성해질 것입니다. 이제 자녀 교욱의 두려움과 고통이 사라진, 희망과 지혜가 가득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보세요.'

아이를 향한 부모의 위협적인 말은 아이가 가진 가능성을 짓밟아버립니다.
힘든 순간에도 한번 숨을 가다듬고 아이에게 좋은 말을 들려주세요.
공포나 위협은 부모의 말이 아닙니다.
아이 인생의 주된 정서가 끈질긴 죄책감일지, 탄탄한 자존감일지는 부모의 말이 결정합니다.
삶의 길을 찾고 있는 아이와 함께 바르게 사는 법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좋은 엄마를 넘어 성숙하고 바른 어른이 되기 위해 필사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눈으로 읽어서 열람표를 얻었다면 필사를 하다 보면 꼭지 책갈피가 생기지 않을까. 언젠가는 성숙함에 물든 바른 어른으로 아이를 이끌어주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펜을 든다.


며칠 후 잠자리 대화...
나 "자기야 동생이 어릴 적 사진 보내줬어. 내가 젤 예쁘데!!"
신랑 "자기 없는데?"
흠...... 뭔가 애매한데......


금요일 연재
이전 03화힘들다고 소문 좀 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