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설, 김 비서가 되다
“김 설씨 핸드폰 맞죠? 내일부터 출근해주셨으면 합니다. 오셔서 인사부 먼저 들르시고…“
“네? 합격자 이름이 김 설 맞나요?“
여느 아침과 다름없이 가방에 노트북과 온갖 취직 관련 자료들을 한아름 넣고 집을 나서는 참에 울린 핸드폰 소리에 나는 믿을 수 없어 재차 물었다.
“네. 김 설씨! 내일 인사부에 먼저 들르셔서 작성할 서류들이 좀 있어요..”
얼떨떨하게 통화를 마무리하고 이번에 마지막으로 본 최종 면접에도 느낌이 썩 안 좋았던 나는 ’이번에도 망했구나‘라는 생각에 단념하고 있었던 회사였다.
드디어 그 동안 너무 힘들었던, 수없이 했던 면접과 반복되는 불합격 소식에 지쳐갈 때쯤 들려온 합격 소식에, 나는 후련함은 잠시였고 첫 출근 생각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30대 여자. 그것도 거의 30대 중반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나는 그토록 원했던 합격 소식을 들었다. 첫 취업치고는 많이 늦은 나이라고 할 수 있는 30대에 나는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1년 계약직으로 시작하는 조건으로, 나랑은 상관 없을 것 같았던 서비스업 관련 비서직에서 일하게 되었다.
엄마는 내색은 안 하셨지만 나를 백화점에 데려가 보기에도 회사 출근용 옷처럼 보이는, 예쁘고 세련된 원피스들을 많이 사주셨다. 그 날 밤에는 첫 출근 생각에 설레임 반,두려움 반으로 잠이 잘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