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동갑인 남자 사람을 첫 직장에서 보게 될 줄이야…
첫 출근 날이라 긴장이 된 탓인지 밤에 잠을 설친 나는 아침 일찍 첫 출근 준비를 마쳤다. 인사부로 가서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한 후 내가 일하게 될 부서를 안내받았다. 회사의 분위기를 보니 내 연령대쯤 보이는 사람은 안 보이고 나이가 많아 보이는 분들밖에 없었다. 다들 친절하게 환영을 해주셨고 내 직속 상관인 상무님과 인사도 마쳤다. 내 가 일할 부서의 직원들은 20명 남짓이었는데 각자 다 컴퓨터 앞에서 바빠 보였다. 나는 직원들 한 명씩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머리 속으로는 직원들 이름을 다 기억하느라 이미 혼이 다 빠져 있는 상황이었다. 긴장도 많이 하고 점점 지쳐갈 때쯤 (물론 겉으로는 내색은 안했지만), 거의 인사의 마지막 순서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시크한 표정의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딱 봐도 내 나이랑 비슷해 보였다. 내 나이와 비슷해 보이는 직원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는 반가웠지만 겉으로는 나도 무심한 척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다.
“준식아, 너랑 나이가 같은데? 나이가 같은 사람은 처음 아니야?”
그 남자 옆에 앉아있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는 여자 직원이 그 남자한테 묻는다.
그 남자는 “맞아요” 라고 답하면서 알 수 없는 시크한 표정으로 나를 슬쩍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 무심한 표정에 나는 ‘뭐야…대부분 첫 인사 때는 미소를 짓거나 그래도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지 않나?’라고 잠깐 생각한 찰나, 내가 할 업무를 인수인계 해 줄 여자 직원과 인사하느라 그 남자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드디어 퇴근할 시간 오후 6시가 되었다. 나는 하루종일 너무 긴장한 상태로 있어서 그런지 영혼이 탈탈 털린 느낌이었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드디어 회사 건물을 나와서 집에 가는 버스에 탔다. 너무 피곤했지만 나를 오히려 무안하게 만들었던 그 무심한 표정과, 나랑 나이가 같다는 그 남자가 잠깐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내가 할 업무를 인수인계 해줄 내 직장 사수가 될 여자 직원을 생각하니까 한숨이 나왔다. 그 여자 직원은 나보다 나이가 몇 살 어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첫 취업치고 좀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예상 못한 건 아니었지만, 내 사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항상 고민과 걱정이 많은 스타일의 나는,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첫 출근 날에는 그 남자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에게는 예전부터 회사 생활에 대한 로망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나랑 같은 나이의 동기들과 회사를 다니는 것이었다. 왜냐면 나는 대학 다닐 때 중간에 휴학을 몇 번해서 수업을 들을 때나 학교 과제 발표를 할 때마다 항상 내가 그 중에서 제일 나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항상 생각하고 있었던 내 로망은 남자인 사람 친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왜냐면 그냥 남자인 친구가 많으면 좋을 것 같았다. 여자인 친구들보다 왠지 더 편할 것 같고, ‘남자 사람 친구가 있으면 연애 문제에 대해서도 상담을 잘 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지 그 시크한 표정의 남자가, 정신없는 첫 출근 날에도 문득문득 내 머리 속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