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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의 숲 Jun 20. 2022

헤이즐럿 아메리카노

아내와 나혜석 거리를 걷다 발견한 빈티지 카페

몇 년 전 성수동 카페의 추억이 내 시선을 머물게 한다


폐공장과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성수동 그 장소의 시선, 블라우스, 향수, 립스틱

그 순간 함께 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해 보자


점심에 먹은 부대찌개의 붉은 향을

커피의 갈색 향으로 덧입히고 싶은 욕망이

결국 가게 문을 밀고 들어가게 만든다


끈적이는 테이블의 좋지 못한 감각이

주문하기 전

가게 밖으로 되돌아 나갈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주었지만 나는 그 기회를 알아보지 못했다


신이시여, 왜 조금 더 끈적이지 않았나이까


나와 아내는

헤이즐럿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평범치 않은 걸 주문해서

휴가의 참 맛을 음미하려고


나는 아내와 같은 음료를 주문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하는 법

옛 말 틀린 게 없다는 그 말이

떠오르는 커피의 맛


둘 중에 하나는 평범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어야 했다


헤이즐럿 시럽이 담뿍 들어간

달디 단 아메리카노

그윽한 아메리카노를 기대했건만

돌아온 것은 아쉬운 향과 맛일 뿐


헤이즐럿 원두를 쓰지 않았을 거라는 판단은

2천5백 원이라는 가격이 이미 말해줬는데

나의 눈을 가린 것은

성수동 그 장소의 시선, 블라우스, 향수, 립스틱이었나

원두를 보지못하고

시럽을 예상하지 못했다


치밀한 고민 없는 선택이 가져온 대가는

너무나 처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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