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으로 먹자며 호기롭게
달려간
숲 속의 귀한 막국수 맛집
대기번호 60번대와 100분이라는
예상 대기시간이
붙어버린 뱃가죽을
더더욱 압박한다
운 좋게 자리 잡은
대기공간의 의자와 탁자를
차지하고
점령지에 깃발을 꽂은
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편다
에코백에 담아 간 책을 펴고
한두 페이지 글을 읽지만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핸드폰을
부여잡는다
핸드폰 화면과
눈앞의 초록빛 녹음을
번갈아 보며
시간을 보내보지만
결국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다리는 사람들의
각양각색
반바지에 털이 수북한 수다쟁이 대학생
1초도 입을 다물지 않고 조잘대는 초등학생
부모님이 배 고프실까 좌불안석인 아주머니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리는 아저씨까지
맛집 대기줄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은
이후 음식의 맛을 한껏 올려줄 MSG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