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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유 Aug 23. 2024

참호일기

2024. 8. 23

유기견과 나는 친구였다. (어린왕자 속 여우처럼)

함께 어울리던 우리는 우연히 화살 맞은 아기 코끼리가 덤불 속에 숨어 울고 있는 걸 보았다.

엄마 코끼리는 아기를 간신히 도망치게 했지만 본인은 살 수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영상처럼 볼 수 있었다.

나는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기에 유기견이 먼저 다가가 아기를 안심시켰고, 이어 나는 화살을 뽑아주고 상처를 치료해줬다.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손을 상처 부위에 올려놓으면 됨)

아기 코끼리가 기력을 회복하자 우리는 유기견 친구가 사는 둥지로 그를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아기 코끼리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서로 핥아주고 있었다. 심한 상처를 입은 아이 몇을 치료해주고 있는데 인간 세계에서 아버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큰일이다. 제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인간 세계로 돌아가면 나도 둥지의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일 맞아야 하고 숨어야 하는 신세 말이다. 난 아쉬워하는 둥지 친구들을 뒤로하고 급히 인간세계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성난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브런치 알람소리가 자꾸 울려서 꿈에서 깼다.

깨어나 보니 "꽃보다예쁜" 브런치작가님이 계속 좋아요를 누르고 계셨다. 5시였다.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그림. (Viva la vida, 1954)

살다 보면 똥을 밟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난 이 그림을 본다.  워낙 유명한 화가이기에 그녀의 삶에 대해선 따로 설명 달지는 않겠다. 중요한 건 이거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역경으로 영혼은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는 것.  (물론 프리다 칼로처럼 이겨냈을 때)


기껏해야 백 년 사는 인간들은 사실 천만년의 세계에서 내려온 존재란 걸 알지 못한다. 본질의 세계가 따로 있다는 걸 알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다르게 살게 된다.

내가 꾼 것이 꿈인가, 아니면 눈뜨고 바라보는 이 세상이 꿈인가 하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의문이라도 품는다면 사는 게 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라, 상처는 치유하면 그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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