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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유 Nov 21. 2022

버릴 것과 새겨 넣을 것.

2017. 11. 03.

2017. 11. 03. (BY 아내, IN 님만)

오늘 아침 주문은 실패다. 걷다가 더워서 들어왔는데 역시 너무 서둘렀다.

어제부터 살펴보면 서두른 일들은 모두 실패였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면 그것이 꼭 필요한 시기가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느리게 살자. 느리게! 누구도 나에게 서두르라고 하지 않으니까.....

오늘은 좀 더 가벼운 복장으로 나왔다. 사원은 가지 않고 박물관 한 곳과 레스토랑, 그리고 축제 한 군데를 방문하기로 했다. 아! 그리고 잊지 말자. 선글라스.


야시장은 실패하지 않는다.  최고 가성비.




2017. 11. 03. (BY 페이지 유, IN 제주도)

오늘이 3일이었나? 4일인 줄 알았는데.....

요즘 뇌세포가 정상이 아니다. 비틀스가 떠오르지 않다니!   


미란에게 페이스톡을 아무리 걸어도 답이 없다. 문자를 넣어도 답이 없다.

낯선 곳에서 무슨 일을 당하지 않았을지 걱정이 앞서다가 이제는 화가 치민다.

이런 스트레스가 뇌 건강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아침에는 빨래를 하고 화분에서 죽어가는 보리수를 땅에 옮겨주었다. 이제 살지 죽을지는 이 아이의 운명.... 성긴 나뭇가지도 톱으로 잘라 끌끔하게 정리해 주며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갑자기 내 머리 자른 지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4시 예약)


오후 늦게 비 예보가 있다. 날씨도 추워진다 한다. 모로와 아이들이 춥지 않을까 걱정되어 고민하는데 해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목욕을 시켜야 하는데 목욕보다 목욕 후에 강아지 3마리를 온전하게 관리할 방법이 없다. 모로는 웰시코기 유전자 때문에 (목장견, 소나 양들을 질서 정연하게 통제하려는 본능) 자기 아이들이 마구 뛰어다니는 걸 가만히 두지 못한다. 아내와 성격이 똑같다. 주위 모든 걸 통제하지 않으면 심장마비에 걸릴 것처럼 온몸을 떤다.


그런데 레트리버 유전자를 가진 딸이 두 마리 아닌가?

뛰어다니는 한 마리를 쫓아가 “가만히 있어!”라고 통제를 하면 다른 한 마리가 나 잡아봐라 하면서 저쪽으로 뛰어다니고, 그놈을 다시 쫓아가서 통제를 하면 나머지 한 마리가 나도 잡아봐라 하면서 뛰어다닌다. 이 아우게이아스의 축사(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곳간, 아무리 청소해도 깨끗해지지 않는다.)는 이올라우스(헤라클레스가 히드라의 머리 하나를 베면 불로 지져주던 친구)가 옆에 있어주어야 하는데 그 친구는 지금 태국에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이 지칠 때까지 노는 걸 지켜보며 즐기면 될 것을,... 우린 왜 모든 게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휘둘릴까? 어차피 삶 자체는 통제할 수 없는 걸....)


그리움, 새겨 넣은.


고민하다 생각해 낸 방법으로 애들 집 위에 텐트를 쳐주었다. 방수도 되고 단열효과도 있으니까..... 아내가 오는 12월 1일까지 견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강상태 체크, OK)

벌써 하루 두 끼도 벅찬 느낌이 든다.  

신기하게 매번 사 먹을 줄 알았는데 사 먹으러 나가는 게 더 귀찮다.

대충 먹는 건 먹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꼬박 밥을 해서 무려 다섯 끼를 부대찌개만 먹는 중.


(밤) 아내에게 연락이 끊긴 채로 밤이 왔다.

이렇게 우울할 때는 기운을 북돋는 영화를 봐야 한다. 그래서 고른 영화는 “노스 컨츄리”

이 영화는 반드시 내 생애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려야 한다.

지금까지 내 생애 최고의 영화는 ‘쇼생크 탈출’, ‘빠삐용’, ‘포레스트 검프’, ‘매트릭스’, ‘애수’, ‘사랑과 영혼’, ‘브레이브 하트’, ‘글래디에이터’ 이렇게 8편. (기준, 최소 3번 이상 본 영화) 이렇게 좋아하는 영화들을 추려놓고 보니 내가 보인다.   


아내가 보고 싶다.

하지만 보고 싶다 하여 보는 것보다는, 보고 싶은 마음을 새겨 넣고 평생 필요할 때 슬쩍 꺼내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꼴 보기 싫을 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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