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SENN SEM-DT35 89
DT35는 과거에 삼성 매직스테이션 컴퓨터를 구입하면 제공되었던 키보드입니다.
기존에는 풀사이즈의 표준 키보드로 판매되었으나, 2024년 여름에 기계식 스위치를 내장한 텐키리스 버전이 출시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부분에서 흥미를 느껴서 작년부터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사무실에서 쓰고자 저소음 스위치 버전을 고려했지만, 저소음 버전이 유독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구입할 시기에는 품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이전에 구입했던 하이무 바다소금 넌클릭 스위치를 재미있게 사용했던 기억이 나서, 또 다른 샘플로 남기고자 이번에는 하이무 바다소금 (리니어)로 선택했습니다.
이전에 출시했던 DT35는 표준 키보드라서, 텐키리스로 사용하려면 이렇게 오른쪽 숫자패드를 자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잘라서 다시 접착하는 과정은 꽤 번거로운 작업이고, 공방에 의뢰하기에는 키보드 가격보다 많은 비용이 지출되었습니다. 그 외로 개인이 개조한 키보드가 5~10만원에 판매되었지만, 저렴한 멤브레인 키보드를 그렇게까지 구입하는 것에는 왠지 모를 저항감을 느끼곤 합니다.
과거에 보급형 키보드는 대부분 ABS재질에 실크프린트 각인이라서 폰트가 쉽게 지워졌고, 키캡의 표면도 많이 사용하면 번들거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에 들어와서 기계식 키보드의 인기와 함께 내구성이 높은 PBT재질이 선호되었고, 덕분에 염료승화인쇄도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87키 버전의 PBT 이중사출 키캡으로 구입하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새롭게 나온 컬러 구성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DT35라면 106키의 한글 배열과 커다란 Big Ass Enter(BAE)가 상징적이라서 89키의 텐키리스 버전을 조금 더 갖고 싶었던 거 같네요.
옛날 방식처럼 사출 된 ABS수지 키캡과 하이무 바다소금(리니어)의 조합은 요즘 키보드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왠지 과거에 사용하던 키보드를 다시 구현한 듯한 느낌이라 묘하게 즐거운 기분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빈티지 키보드처럼 유사하게 만든 레트로 키보드가 다양하게 출시되는 상황이지만, 그런 제품보다 DT35가 더 빈티지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외로 오래전에 사용하던 삼성 컴퓨터 느낌을 내고 싶어서, 갖고 있던 메탈스티커를 붙여봤습니다.
로고 없이 깔끔한 올블랙도 괜찮지만, 이렇게 과거를 표현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나쁘진 않네요.
오리지널은 좌측에 삼성 레터마크가 있었으니, 이번에는 반대로 우측에 붙이는 게 어울렸습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타원형의 SAMSUNG 로고를 전자제품에서 많이 접하곤 했습니다.
지금의 레터마크가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타원형 로고는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DT35는 저렴한 가격대로 구입한다면 3~4만원, 배송비와 옵션을 추가하면 4~5만원대로 구입할 수 있기에 커스텀 키보드가 유행하는 현재에는 다소 평범한 키보드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전부터 이어진 익숙함과 기계식이라는 새로움이 더해져서 재미있는 키보드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십만 원대의 키보드가 낯설지 않은 시대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접할 수 있는 마지막 헤리티지 키보드가 아닐는지...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