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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ked Apr 15. 2024

33. 선(禪)명상의 의식체계 (2)-2

- 유식(唯識)의 심층의식

(a) 유식에서 보는 의식의 속성
(b) 의식의 종류와 유식의 용어
(c) 유식의 의식체계 용어




앞 에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의식(표면의식)에 대해 알아봤다. 감각이 어떻게 의식을 만들어 내는지, 그렇게 만들어진 의식이 또다시 다른 의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생각이 어디에 저장되는지, 또 어떻게 생각이 일어나는지 알려면 우리는 좀 더 깊은 의식으로 들어가 봐야 한다. 


여기에서는 우리의 의식 중에 우리의 인지로는 인식할 수 없는 심층의식, 그중에서도 유식불교의 심층의식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 유식학의 의식체계는 선불교를 포함한 동북아 대승불교에서 주로 설명되는 방식이다.     

유식의 심층의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제7 의식 7식(七識), 즉 말나식(末那識)이고, 이것이 자아식(自我識)이고 이기식(利己識)이다. 

다른 하나는 제8 의식8식(八識), 즉 아뢰야식(阿賴耶識)이고, 이것이 저장식(貯藏識)이고 종자식(種子識)이다.


 유식에서 심층의식으로 처음 발견된 것은 팔식인 아뢰야식이다. 아뢰야식에 대한 개념이 먼저 설정되고, 그 이후에 칠식인 말나식에 대한 개념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래서 여기에서도 아뢰야식을 먼저 설명하고 말나식을 나중에 설명할 것이다.      


(3) 8번째 저장식(貯藏識) - 종자식(種子識)     


제8 의식 = 8식(八識) = 아뢰야식(阿賴耶識) = 저장식(貯藏識) = 종자식(種子識)     


이 의식은 우리의 의식 중에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우리가 잠을 자든 깨어있든 작용하는 의식을 말한다. 그래서 저장식은 언제나 멈추지 않고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ㄱ) 첫 번째, 여기에 우리의 모든 의식이 저장되어 있다고 본다.      


즉, 우리가 깨어있을 때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모든 의식이 여기에 저장된다고 보는 것이다. 단, 이런 의식들이 ‘종자(種子)’의 형태로 저장된다고 본다.    

  

씨앗의 형태로 저장되다가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면 씨앗이 발아하듯이, 종자의 형태로 우리의 의식이 저장된다고 하는 것은 의식 전체가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식의 실마리가 저장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 실마리를 찾는 순간, 그 실타래가 풀리듯 기억들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을 요즘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압축파일 형태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컴퓨터에 용량이 많은 파일을 저장할 때 그 용량을 줄이기 위해 파일을 압축해서 저장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 그 파일을 압축 해제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야 저장용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스치듯이 풍기는 어떤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해 내기도 하고,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젊은 날의 첫사랑을 아련하게 떠올리기도 하는 것이다.  

    

ㄴ) 두 번째, 여기에는 윤회의 주체로서의 업이 저장되어 있다고 본다.      


업은 ‘윤회(輪廻)’의 주체로 알려졌다. 그리고 윤회는 ‘육도윤회(六道輪廻)’로 알려져 있다. 불교에서는 업의 주체, 혹은 업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인도의 아뜨만(진아:眞我)과 같은 업의 주체가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불교는 ‘무아(無我)’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아는 없이 업만이 윤회한다고 보는 것이다. 즉 무아(無我)인 채 업이 윤회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인과법으로 설명하면 원인과 결과로써 윤회를 보면 된다. ‘전생의 나’의 그 무엇(아뜨만 혹은 영혼)이 ‘후생의 나’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전생의 업’이 원인이 되어 그 결과인 ‘후생의 나’로 태어나지는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후생의 나’는 또한 업을 짓고 살아가게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업을 원인으로 해서 ‘그 다음 생의 나’라는 결과로써 태어나는 것이다.     


(4) 7번째 자아식(自我識) - 이기식(利己識)     


제 7의식 = 칠식(七識) = 말나식(末那識) = 자아식(自我識) = 이기식(利己識)     


* 칠식(七識), 혹은 말나식(末那識)의 ‘말나’는 산스크리뜨 ‘마나스(manas)’를 음사한 것으로 ‘사량하다’, 즉 ‘생각하여 헤아린다’라는 뜻이다.     


자아식은 더 깊은 곳에 존재하는 저장식을 대상으로, 저장식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자아의식에서 출발한다. 즉 저장식에 저장된 수많은 의식과 그 의식들의 종자(種子)들을 통해 ‘자아’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의식이 만들어질 때, 그 의식의 이면에서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헤아리는 마음’을 자아식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식에서 의식이 만들어지는 뿌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시 설명하면, 심층의식인 저장식(8식)에 저장된 모든 저장의식이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자아식(7식)을 통해 비로소 개인화되고, 자기중심적인 기억으로 전환되어서, 의식(6식)의 뿌리(근:根)로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언제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며 헤아리는 작용으로 번뇌가 만들어지고 탁해지고 오염되기 때문에 자아식을 ‘염오의(染汚意)라고 하고, 이것은 윤회의 세계에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본다.    

  

하지만 수행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향하던 마음을 바꾸어 그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는(평등平等하게 바라보는) 눈이 열리고, 마음이 질적으로 변하면서 나타나는 작용을 통해 평등성지(平等性智)가 되는 곳도 바로 자아식(말나식)이다. 그러면 번뇌식(煩惱識)은 청정식(淸淨識)으로 바뀌게 된다.     


이 자아식(말나식)은 네 가지 번뇌와 늘 함께 작용한다. 아치(我癡), 아견(我見), 아만(我慢), 아애(我愛), 이렇게 4가지이다. 

아치(我癡)는 ’어리석은 나‘를 의미한다. 여기서 어리석다는 것은 나의 자아가 ’무아(無我)임을 모르고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아견(我見)은 아집(我執)이라고도 하며 ’집착하는 나‘를 의미한다. 아뢰야식이 실체로서 영원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자아라고 생각해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아만(我慢)은 ’교만한 나‘를 의미한다. 아견에 의해 만들어진 ’자아‘를 뽐내는 마음을 말한다.

아애(我愛)는 ’자신을 사랑하는 나‘를 의미한다. 아탐(我貪)이라고도 하며, 자기를 강하게 사랑하며 집착하는 마음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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