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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ked Jun 28. 2024

갱년기신혼부부

PROLOGUE (인연의 밑그림)

# 1


지금은 나의 아내가 된 그녀가 나를 만나기 7~8년 전인 40대 초반이었을 때였다고 한다.

나이는 먹어가고 뭔가 답답한 마음에 친구와 일산에 용하다는 박수무당인  OO도령에게 점을 보러 간 적이 있다고 한다. 거기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 결혼에 관해서 물어봤다고 한다.     


집사람: 저는 결혼을 할 수는 있을까요?

무당: 사람이 있긴 있는데 잘 보이진 않아요. 희미하게 보여요.

집사람: 그건 외국에 사람이 있거나 외국사람이라는 의미인가요?

무당: 그렇진 않아요, 분명히 국내에 있는데 잡히지가 않아요. 희한하네요.

집사람: 그게 무슨 의미죠?

무당: 그러니까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하지만 분명히 결혼할 사람이 있어요.

집사람: 제가 결혼을 하긴 한다는 말인가요?

무당: 그래요. 분명히 남자가 있어요. 결혼하게 될 거예요.     


집사람이 이렇게 점을 볼 무렵, 나는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서 수행을 하고 있던 스님이었다.

나중에 집사람에게서 이 이야기를 듣고 나름 재미있는 무당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 2


나는 강남에서 자라 류상 '오렌지족'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어느 날 지리산 깊은 산골로 들어가 13년 동안 스님을 했던 사람이다. 아내는 대학시절 운동권이었고 나름 엘리트코스를 살아온 보통의 정상적인 삶을 살아왔다. 사실 돌아보면 우리 둘의 삶은 접점이 만들어지기 힘든 사이였다. 삶의 방향, 패턴, 지향점 그리고 가치관도 사뭇 달랐다. 젊을 때 만났다면 서로 싫어할 조건이 더 많았다. 그런데 세월이라는 풍파에 무뎌지고 다듬어져서, 우리가 만났을 땐 세상의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웠고, 그래서 서로의 가치를 선입견 없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나이 오십을 넘긴 남녀의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만은 않은 만남과 연애 그리고 결혼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이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나와 집사람의 대략적인 삶의 궤적을 설명하려고 한다.  

   

본인

집안은 부유한 편. 어릴 때 강남에서 성장. 2남 1녀 중 막내

인서울 대학교 법학전공

나름 분류상 ‘압구정오렌지족’ 출신

5년간 무역회사에서 근무

33세에 지리산 깊은 곳으로 출가 46세에 환속 (13년간 스님)

현재 명상지도사

그리고 남편   

  

집사람

보통의 화목한 집안. 3녀 중 장녀

명문대 출신 정치외교학 전공

운동권 출신

다큐 및 시사 PD 출신

MBC와 OBS, TVN을 거쳐 CJ헬로비전에서 국장으로 퇴직

퇴직 후 경영학박사 취득

현재 다큐제작회사 운영 및 대학교에서 강의

그리고 아내    

 

이 이야기는 2018년 4월의 어느 날부터 있었던 것으로 아무래도 기억에 의존해서 써야 하기 때문에, 기억의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기억이라고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윤색되고 꾸며지기도 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하나하나 써 내려가려고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같은 시간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점인, 나의 시점과 아내의 시점으로 번갈아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이다. 같은 내용을 '남편의 章'과 '아내의 章'으로 나눠, 같은 사건과 시간을 두 개의 관점으로 써내려가는 아내와 나의 첫번째 합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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