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ked Jul 05. 2024

그렇게 만나기 전 - 男

남편의 章

 “형님! 작년에 말한 그 친구 한 번 만나보시죠.”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대략 2018년 2월이나 3월의 어느날이었다. 가족 모임이 있었는데 집에서 저녁을 먹는 날이었던 것 같다. 이날 작은 이모와 사촌여동생 그리고 사촌여동생의 남편인 매제가 와 있었다. 대략 저녁을 먹고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과일을 먹고 있는데 매제가 은근히 내 옆에 앉더니 말을 걸어왔다. “형님! 작년에 말한 그 친구 한 번 만나보시죠.” “괜찮은 친구예요”    

 

사실 이 말이 나오기 1년전쯤 똑같은 가족모임에서 매제가 “형님! 괜찮은 친구가 있는데 한 번 만나보시죠.” 라고 말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시기는 경제적으로 자립이 되질 않았고 아이들 영어과외와 집안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살고 있었다. 사는 곳도 경기도 하남에 있는 영구임대주택 아파트의 8평짜리 원룸에서 살고 있었다. 세상에 욕심이 별로 없어서인지, 삶은 그런대로 살만했지만, 여자를 만날 경제적인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때문에 누구를 소개받기가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이번 생은 이렇게 혼자 살려고 생각했을 때라 그런 제안이 그렇게 달갑지는 않았다. 그날은 그렇게 가볍게 지나갔다.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가족 모임에서 매제가 또다시 소개를 받을 생각이 없냐고 디시 물어왔고, 그날은 소개를 받겠다고 했다. 내 상황이 특별히 나아진 것은 없었지만, 빨리 이 일을 해치워야 다시는 소개를 해준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매제는 대학을 졸업하고 MBC아카데미를 다녔는데, 그 때 알던 친구라는 것이다. 그렇게 알고 지내다가 연락이 끊겼었는데 상암동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었다. 나랑 같은 학번인 매제는 YTN기자였고 나의 아내가 될 그녀는 다른 회사에서 TVN으로 직장을 옮겼는데 두 회사 모두 상암동에 있어서 십수년 뒤에 우연히 길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한 가지 흥미가 생긴 것은 그녀와의 묘한 인연이었다. 이름과 대학교, 학과까지 친누나와 똑같았다. 누나보다 학번으로 여섯 학번 정도 아래로 차이가 나지만 그 외에는 똑같았다. 


흥미는 생겼다고는 하지만 나와는 삶의 궤적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나와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애초에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소개해 준 사람을 생각해서 얼른 소개를 받고 적당히 넘기고 마무리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도 난감했다고 한다. 기껏 소개를 해준다는 사람이 스님이였었고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니...... 뭔가 무시당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나이를 먹고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퍼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녀가 스님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선입견은 뭔가 쌔까맣고 깡마른 고집센 느낌이어서, 정말 나오기는 싫었지만 매제의 성의를 봐서 그냥 나가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그녀도 이때쯤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1년 전까지만해도 퇴직을 하고 박사논문을 쓰는 와중이라 바쁘기도 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퇴직을 한 상태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고민이 많은 시절이었다고 한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나이 차이가 한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만나서 어색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같은 세상을 보고 같은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최소한의 대화는 통할 것 같았다.      


그렇게 그날이 다가왔다.

이전 01화 갱년기신혼부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