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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공간 Jul 30. 2019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시작하면 되니까

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Ep. 4









하루에도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곳, 문화와 예술이 꽃피면서도 상업적인 곳, 서울의 혜화역 주변을 나의 첫 실전학교로 정했다. 고르고 골라 선택한 곳은 화덕피자와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는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지만 메뉴도 다양하고 전문적이어서 배울 점이 많았다. 면접은 수월하게 끝났다. 마지막 질문은 ‘당신보다 어린 사람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였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답했다. 곧 나의 첫 날이 시작되었다.


역시 쉬운 일은 없었다. 만만하게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녹록치 않았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야채부터 손으로 뜯어야 할 것과 칼로 썰어야 하는 것이 달랐다. 눈감고도 할 수 있었던 리코타치즈에 소금을 넣지 않아 버린 적도 있었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지만 어떠한 순간에도 자만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샐러드가 익숙해졌을 때 피자를 배우게 됐다. 비교적 빠르게 화덕 앞에 섰다고 칭찬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화덕은 화구보다 두 배 이상의 높은 열로 조리된다. 잠시만 딴 생각을 해도 타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에 화덕 앞에 서 있는 날에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두 배 이상 힘든 날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화덕 안의 장작불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화덕에서 실수가 없으면 마지막 단계인 파스타를 만들게 된다. 파스타는 화구 3개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소스와 면을 잘 섞이게 팬을 잘 휘둘러야 한다. 식당은 늘 만석이었고, 요리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12분이었다. 각기 메뉴마다 소스도 다르고 면도 달랐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주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요리를 열심히 했지만, 실제로 배운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경영! 그토록 맛있는 피자와 파스타를 판매하고 늘 만석인 고객을 유치하는 레스토랑의 사장님은 셰프가 아니었다. 외식업체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셰프를 고용해 이 레스토랑을 창업한 것이다. 그래서 사장님을 보면서 요리 외에도 경영마인드, 고객서비스,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요리가 아닌 다른 분야를 배워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다음 회사는 SPA 브랜드 Z업체였다.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회사가 직접 맡아서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서 판매한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았고 Z업체는 그 중에서도 선두였다. 손님을 직접 응대하고 판매로 연결하는 역할을 빠르게 배우고 싶었다.




 


업무 시작 전 매니저님을 중심으로 그날의 판매전략 또는 새로 입고된 상품의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눴다. 재고정리와 판매가 주 업무였는데,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상품과 연결되는 품목에 관심이 많았다. 고객이 예상한 구매 품목보다 1가지를 더 구매하게 하는 것을 나의 전략으로 삼았다. 바지 구매의사를 가지고 방문했다면 나갈 때는 티셔츠를 같이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부담스럽지 않게 권유해야 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취향을 빠르게 잘 찾는 것이 관권이었다. 구매의사를 물으면서 고객과 소통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재고관리를 해야 할 때에는 근무시간 내내 햇볕을 바라보지 못하고 창고에 있어야했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템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어 큰 그림이 들어가는 옷이 유행한다거나 혹은 특정한 색이 중심이 된다는 식으로 트랜드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유행을 파악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면 판매 성공률이 높았다.


배우는 것이 많아질수록 내 가게에 대한 열망도 높아졌다. 빨리 가게를 열고 싶다. 빨리 돈을 모으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다시 구직사이트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조건은 단 하나, 높은 연봉이었다. “조선소가 정말 연봉을 많이 준대.” 이 말 한마디에 거제도를 향했다. 내 인생은 정말 예측 불허라고 생각하면서.







 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프롤로그

그 동안 내 인생에 이렇게 열정적인 순간이 있었던가?

1부 목차

ep. 1화 서울! 서울! 서울?

ep. 2화 캐나다는 인생을 도전이라고 했다

 ep. 3화 길이 하나라면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ep. 4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시작하면 되니까 <현재글>

ep. 5화 길을 떠나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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