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Ep. 4
하루에도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곳, 문화와 예술이 꽃피면서도 상업적인 곳, 서울의 혜화역 주변을 나의 첫 실전학교로 정했다. 고르고 골라 선택한 곳은 화덕피자와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는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지만 메뉴도 다양하고 전문적이어서 배울 점이 많았다. 면접은 수월하게 끝났다. 마지막 질문은 ‘당신보다 어린 사람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였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답했다. 곧 나의 첫 날이 시작되었다.
역시 쉬운 일은 없었다. 만만하게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녹록치 않았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야채부터 손으로 뜯어야 할 것과 칼로 썰어야 하는 것이 달랐다. 눈감고도 할 수 있었던 리코타치즈에 소금을 넣지 않아 버린 적도 있었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지만 어떠한 순간에도 자만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샐러드가 익숙해졌을 때 피자를 배우게 됐다. 비교적 빠르게 화덕 앞에 섰다고 칭찬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화덕은 화구보다 두 배 이상의 높은 열로 조리된다. 잠시만 딴 생각을 해도 타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에 화덕 앞에 서 있는 날에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두 배 이상 힘든 날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화덕 안의 장작불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화덕에서 실수가 없으면 마지막 단계인 파스타를 만들게 된다. 파스타는 화구 3개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소스와 면을 잘 섞이게 팬을 잘 휘둘러야 한다. 식당은 늘 만석이었고, 요리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12분이었다. 각기 메뉴마다 소스도 다르고 면도 달랐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주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요리를 열심히 했지만, 실제로 배운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경영! 그토록 맛있는 피자와 파스타를 판매하고 늘 만석인 고객을 유치하는 레스토랑의 사장님은 셰프가 아니었다. 외식업체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셰프를 고용해 이 레스토랑을 창업한 것이다. 그래서 사장님을 보면서 요리 외에도 경영마인드, 고객서비스,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요리가 아닌 다른 분야를 배워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다음 회사는 SPA 브랜드 Z업체였다.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회사가 직접 맡아서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서 판매한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았고 Z업체는 그 중에서도 선두였다. 손님을 직접 응대하고 판매로 연결하는 역할을 빠르게 배우고 싶었다.
업무 시작 전 매니저님을 중심으로 그날의 판매전략 또는 새로 입고된 상품의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눴다. 재고정리와 판매가 주 업무였는데,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상품과 연결되는 품목에 관심이 많았다. 고객이 예상한 구매 품목보다 1가지를 더 구매하게 하는 것을 나의 전략으로 삼았다. 바지 구매의사를 가지고 방문했다면 나갈 때는 티셔츠를 같이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부담스럽지 않게 권유해야 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취향을 빠르게 잘 찾는 것이 관권이었다. 구매의사를 물으면서 고객과 소통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재고관리를 해야 할 때에는 근무시간 내내 햇볕을 바라보지 못하고 창고에 있어야했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템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어 큰 그림이 들어가는 옷이 유행한다거나 혹은 특정한 색이 중심이 된다는 식으로 트랜드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유행을 파악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면 판매 성공률이 높았다.
배우는 것이 많아질수록 내 가게에 대한 열망도 높아졌다. 빨리 가게를 열고 싶다. 빨리 돈을 모으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다시 구직사이트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조건은 단 하나, 높은 연봉이었다. “조선소가 정말 연봉을 많이 준대.” 이 말 한마디에 거제도를 향했다. 내 인생은 정말 예측 불허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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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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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목차
ep. 3화 길이 하나라면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ep. 4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시작하면 되니까 <현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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