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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공간 Jul 15. 2019

서울! 서울! 서울?

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Ep. 1

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Ep. 0





서울 생활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어렸을 때부터 가끔 부모님을 따라 갈 때마다 동경했던 서울. 그 장소에 나만의 터전이 생긴 것만으로 만족하기엔 녹록하지만은 않은 삶이었다. 그래도 쑥고개라는 정겨운 이름에서 피어나오던 오래된 건물의 느낌만큼은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직도 떠오른다.





생각했던 요리사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지만, 서울에서의 삶은 이어나가야 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토익 점수가 필요했고 학원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운명은 우연처럼 다가온다. 이때의 선택이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이야!


토익학원은 강남에 위치한 곳이었다. 매일 아침 6시 30분 신림역에 도착하면 먹이를 찾아 줄지어 가는 개미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강남역의 높은 빌딩들 사이에 혼자 서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 높은 빌딩들 사이에 내가 있을 공간은 있을까?






영어 듣기 평가와 문법으로 충분히 고통받은 하루의 끝에는 아르바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개미의 삶이다. J 샌드위치라는 열평 남짓한 작은 프렌차이즈 가게였다. 규모도 작고 프렌차이즈라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으니 공부하면서 하기에 널널하지 않을까? 약간의 계산도 더해진 선택이었다. 요리가 전공인데 샌드위치 쯤이야! 20대 청년의 무모한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착각이었다. 샌드위치 조립, 커피, 고객응대 크게 3가지 부류의 업무가 있었는데 그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이론과 현실이 이렇게 다를 줄이야! 현장은 수업에서와 달리 대량의 재료를 엄청난 속도로 처리해야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지쳐서 들어온 내게 주어진 일은 식재료 관리, 밑손질, 그리고 청소와 또 청소였다. 매주 금요일은 환풍기를 청소하는 날이었는데, 그 때마다 사장님은 ‘음식에서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몸이 피곤한 건 차라리 나았다. 가장 힘든 건 그렇게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없는 날 몰아치는 허탈함이었다.


그런데 내게 고객응대 능력이 있을 줄이야. 다른 직원들보다 손님 얼굴을 잘 기억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한 번 주문했던 메뉴를 기억하며 응대하면 고객들은 굉장히 반가워했다. 손님과 소통했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손님은 반드시 재방문했다. 자연스럽게 손님의 특징을 더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잘 한다는 말을 들으니 더 의욕도 생겼다. 강남역을 다니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눈에 띌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인형탈을 쓰고 홍보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열정적이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역시 가장 즐거웠던 건 재료들의 조합이 조금만 달라져도 맛이 변하고, 소스에 따라 또 변하는 샌드위치들을 연구하며 재료의 성향들을 파악해 최고의 레시피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물론 사장님의 레시피를 보조하는 일이었지만! 하하






서툴렀던 포장이 익숙해지는 동안 토익점수도 올라갔다. 실력은 올라가는데 자신감은 왠지 계속 떨어졌다. 요리라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영어는 해도 해도 모자라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해외 생활이 인생에 큰 자극이 되었다는 내용들이었다. 서울이 가장 큰 도시인 줄 알았던 인생에 해외라니! 더 큰 세상이 있다니!


목표 점수를 이뤘을 때 이력서를 쓰고 취업을 했다면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았을까? 머리는 취업만 남았다고 말하는데 가슴 속에서 자꾸 욕심이 났다. 요리도 조금만 더 잘 하면, 영어도 조금만 더 잘 하면 너무나도 좋을 것 같았다. 그 때 마침 아주 우연하게도 유학원이 눈에 들어왔다. “상담만 받아볼까?”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이미 답을 정해놨던 것 같다.


서울의 삶을 지탱해주던 보증금은 캐나다로 떠나기 위한 자금이 되었다. 주사위가 던져진 것이다.







 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프롤로그

그 동안 내 인생에 이렇게 열정적인 순간이 있었던가?

1부 목차

ep. 1화 서울! 서울! 서울? <현재글>

ep. 2화 캐나다는 인생을 도전이라고 했다

 ep. 3화 길이 하나라면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ep. 4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시작하면 되니까

ep. 5화 길을 떠나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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