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회사 정리기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무-소식이다.
감감무소식이다.
내년 3월 말까지 운영할 수 있다는 무성한 소문만 있었고, 공식적으로 들은 바는 1도 없는 상황이다. 2주 전쯤인가, 내년도 예산과 계획을 짜기 위한 이사들과의 미팅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그 어떤 발표도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며, 믿음으로 12월 연말을 보낸다.
그러다 사건이 하나 터졌다.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올해 12월까지 계약 만료인 직원 A 씨가 내년 계약 형태에 따라 못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A 씨로 말할 것 같으면, 소위 '필수 인력'이다. 본인이 잡고 있는 일이 대체 불가한 업무인 것이다. 물론 대체가 아예 불가한 일이 어디 있겠냐 마는, '받은 만큼 일한다'는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돈 받고는 못하는 양'이라는 것이다.
A 씨는 일하는 목적이 '돈'은 아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순수한 욕심, 성취감, 그 성취로 인한 사회적인 인정으로 책임감 있게 해오셨던 A 씨. 그러기에 이 분의 이탈 조짐이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이렇다.
올해와 달리 내년 사업비가 기형적으로 줄었고, 거의 없는 예산에서 이 분의 포션을 만들기란 불가능. 회사는 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분이 내년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태에서 무리한 방법으로 일하고 싶진 않다고 밝혔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A 씨는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바랐지만, 충족되지 못했다. 그런 일상이 1년 정도 지속됐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점점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 기반에서는 작은 오해가 크게 부풀려져 마음에 큰 상처로 다가오고, 오히려 갈등이 아예 없는 것 같은 '아무 문제없지만 문제가 많은' 상태가 된다.
"항상 고생해 주신 것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내년도 예산 상황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만, 당신은 우리 회사에 정말 필요한 존재예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 테니, 내년에도 함께 해주세요."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A 씨의 내년도 근무는 답보 상태다.
일터를 잃는 것도 큰 충격이지만, 사람을 잃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길 바란다.
12월 마지막 주. 이번 주에 모든 결말이 난다.
"접어야 돼요.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요"로 시작했던 대 혼란에 대한 결말 말이다.
뭐 하나 속 시원한 것 없고, 미적지근한 상태가 드디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터를 정리한다는 건 휴지를 휴지통에 버려 눈앞에서 바로 깔끔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분노와 항의. 포기와 냉소적인 마음이 되는 그런 고된 시간들을 다 견디고 나서야 한 단계가 끝이 난다.
이번 주면 그 한 단계가 끝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