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회사 정리기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뉴스에 나왔다.
'운영 업체 고발 및 협약 해지' 건이다. 미리 공유받아 알고는 있었지만, 기사에서 보니 기분이 썩 좋진 않다. 기사가 났으니 평소에 관심이 많던 부모님께서 연락이 왔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면서 안심시켜드리고(안 되겠지만) 전화를 끊었다.
대기업이 아니면 본인 회사가 뉴스에 나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나온다면 두 개 중 하나겠지. '떡상'이거나 '떡락'이거나.
팀장(이사이기도 한)과 회의를 했다. 2022년 사업 계획 및 예산과 관련된 회의다. 다 끝나가는 마당에 무슨 사업계획이니 싶다. (잔인하게도 정리하는데도 계획이 필요하고 기관의 승인이 필요하더라)
"00(공공기관)이랑 이야기하는 중인데, 내년 3월까지 시간을 벌었어요. 그리고 지금 일하고 있는 분들 모두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확히 되묻자 위 내용이 어느 정도 픽스가 되었다는 이야길 들었다.
우리가 이 공간에 있는 기간은 3월까지다.
4월부턴 다른 용역 업체가 맡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그 용역 업체는 2월 중으로 뽑아 3월에는 인수인계를 받으며, 4월부터 여기를 운영하게 된단다.
우리는 3월까지라고 하지만, 공간에서 일어나는 판매 활동은 2월에 종료가 되고, 3월에는 정산 및 공간을 되돌려 놓는 일을 할 거다. 이제 큰 틀이 정해졌으니, 디테일하게 정리를 계획해야 할 시간이다. (뭐 시간은 많으니까)
한숨 돌렸다. 3월까지도 촉박하긴 하나, 그래도 3개월이 어딘가.
슬프긴 해도 연말 연초가 많이 춥진 않을 것 같다.
"지금 나가면 뽑는 데도 없어요. 12월에 채용하는 회사가 어딨겠어요." 한창 이직 준비를 하시던 분도 안도하며 말을 보탰다. "저는 3월까지 해보려고요. 딱 봐도 끝에 가서는 다 남들이 싼 X 치우는 거겠지만, 공간을 접고 나간다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쉽게 해 볼 수 있는 경험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 함께 3월까지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물론 개인을 위해서 끝까지 하지 않고 더 좋은 곳에 가시는 것이 더 좋긴 하다.) 정리마저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뽑아 가르치면서 하기에는 너무나 지칠 것 같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함께 해준다면 그나마 수월할 것 같다. (내 멘탈도 잘 잡아주실 것 같기도 하고)
막상 3월까지 하겠다고 마음을 먹긴 했다만, 정작 어떤 X이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