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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에디씨 Dec 06. 2021

뉘앙스는 한 3개월 정도?

기획자의 회사 정리기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휴, 최악은 면했다.'

저번 주 금요일 3개월 정도 더 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등장인물

1-1) 공공기관 (공간 소유자, 위탁 운영을 맡긴 주체)

1-2) 담당 부처 (공공기관 소속으로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부서)

2) 위탁 운영사 (공공기관에게 위탁을 받아 실제 공간을 운영하는 주체)


상황

21년 6월, 우리 회사는 지금 공간을 향후 3년 간 더 운영할 수 있는 '재계약' 체결.

9월, 공공기관에서 감사 진행.

11월, 공공기관이 우리 회사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 22년 예산 삭감.(예산은 감사와는 무관)

12월, 감사 결과 '위탁 계약 해지할 것'

담당 부처 미팅. '뉘앙스는 3개월 정도'

*회사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나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되는' 건으로 의도적으로 내보낼 의도를 가지고 내린 결론이라고 함.



나와 다른 동료들은 사망 선고를 받은 심슨처럼, 부정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다가 이제는 서서히 인정하고 차분해진 상태다.


@the simpsons


감사 결과로 우리는 결국 위탁 계약 해지를 당할 거다. 담당 부처는 우리와 실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주요 안건은 '실제 공간 운영 기간', '인수인계 업무 범위'다. 첫 미팅 이후 우리가 이해한 뉘앙스는 '한 3개월 정도는 더 운영할 수 있겠네.'였다.


3개월이라는 시간 안에는 실제 정리하는 업무도 포함될 것 같긴 하나, 자세한 사항은 22년 사업계획 업무를 진행하며 차차 구체적으로 정한다고 한다.


회사는 이 상황을 우리에게 팀별로 안내했다.  회사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인 12월 OUT은 피했다고 이사들과 대표는 조금은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이사들은 직원들에게 너무 일찍 이야기한 것을 후회하는 듯했다. (일찍 안내해야 한다고 한 판단은 대표가 조금 더 리딩 한 부분이라고 한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달렸기 때문에, 난 대표가 이야기한 시점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Iron Man. 2008


아무튼 조금의 시간을 벌었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올해와 달리 예산이 팍! 줄었다. 문제는 줄어든 예산에는 인건비도 포함이다. 그 작은 주머니 안에서 지금 일하는 모두가 같이 갈 수 있을지는 아직 확답받지 못했다.


3개월을 벌었다고 안도하는 회사 측의 분위기와 직원들의 분위기가 다른 이유가 그것이다. 하지만 직원도 모두 같은 그룹으로 묶을 수 없다.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이라 퇴직금만 하더라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며, 심지어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는 신규 입사자 분들도 있다.


몇 년 전, 커리어를 바꿔보겠다며 젊은 패기로 회사를 나온 그때 내가 생각난다. 실업급여는 없었고, 물론 뒤에 갈 회사도 없이 나왔다. (생각해보니 대책 자체가 없었다.) 그해 봄과 여름을 생각하면 입가에 쓴 맛이 돈다. 그런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앞으로 난 어디로 가야 하며 여기선 뭘 남겨야 할까.



*커버 : @fallen(1998), denzel wash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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