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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Feb 09. 2020

에미레이트 승무원, 대한항공 입성기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선물해 준 선배

에미레이트에서 비행할 때  정말  고마운 선배가 있었다. 언니는 에미레이트에서 4년 비행 후 대항항공 경력직으로  이직했고 언니에게  많이  의지해서 그런지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언니를 처음 만난 건 두바이 한인교회였다. 성가대를 하면서  얘기할 기회도 많아졌다. 나는 언니와  다른 기숙사에 살았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언니에게  비행이나 두바이 생활에 대한 많은 조언을 들었다. 두바이 생활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고 그냥 빨리 그만두고 한국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 휴가 갔을 때 짐을 반 정도 옮겨 놓았다. 딱 1년만 채우고 그만 둘 생각이었다.  언니와 통화하면서 두 달 후에 그만둔다고 얘기를 하니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다.   

 몰타랑 모리셔스 비행 갔다 왔어?


 아직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 그럼 그래도 에미레이트 승무원인데 여기는 비행한 후 그만두는 건 어때?'  


  몰타와 모리셔스는 정말 아름다워서 승무원들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취항지였다. 힘들지만 조금만 더 두바이에서 비행하길 바라는 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니는 환경을 바꾸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숙소를 옮기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미 다 짐을 놓은 상태였고 감사하게도 언니가 사는 숙소에 빈방이 있어서 바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좋은 날과  힘든 날을 언제든지 함께 나눌 수 있는 든든한 언니가 바로 옆에 있어서 두바이 생활이 전보다 즐거웠고  비행 생활도 즐길 수 있었다. 


선배에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고마운 일이 있다. 목감기가 너무 심하게 걸려서 며칠째 비행을 할 수 없었다.  선배가 내가 많이 아픈 걸 알고 우리 집에 와서 생강 대추차를 직접 끓여주고 갔다. 안 그래도 타지에서 아프면 많이 서럽고 힘든데 언니가 옆에서 너무나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러던 언니가 대한항공 경력직에 합격했고 언니가 없는 두바이에서 1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오랜만에 언니와 채팅할 때 언니가 대한항공 경력직 채용소식을 알려줘서 지원을 했다. 난 비행하느라 지원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기억을 못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한테 연락이  왔다.

딸! 대한항공 지원했어? 추가 면접이 다음 주 월요일이니까 꼭 와서 면접 봐!

엄마는 내가 비행하면서 자주 아파서 그만두고 한국에 오라고 매번 말씀하셨는데 딸이 대한항공 면접 본다고 하니 너무 좋아하셨다. 난 서류 발표가 난지도 몰랐는데 엄마에게  갑자기 추가 면접에 관한  얘길 들으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대한항공 지원은 처음이었고 또 외항사처럼 이메일이나 문자로 합격자에게 연락을 줄 거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서류결과를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해야 되는지도 몰랐다. 이미 면접이 다 끝났지만 현직 승무원들이 비행 스케줄 때문에 많이 참여를 못해서 따로 문자를 보낸 것 같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언니한테 연락을 해서 진지하게 물어봤다.  

대한항공에서 비행하는 건  어떤지

두바이에서 일하는 거와  어떤 점이  다른지  

시니어 리티는 어떤지


갑자기  면접 볼 생각을 하니 생각이 많아졌다. 언니는 내 질문에 하나하나 답해주면서  

 이번이 좋은 기회니까 면접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다음 주 월요일 오프니
면접 끝나고 코엑스에서 보자!


언니와 통화  면접 보기로 결심하고 한국에 토요일 오후에 도착했다. 일요일에 면접 복장을 사러 갔다. 비즈니스 정장을 입어야 하는데 국내 면접을 본 적이 없어서 어떤 복장을 살지 고민했다. 보통 흰 블라우스에 검은색 H라인 치마를 입는다는 것도 몰랐다. 깔끔한 정장 스타일로 블라우스는 대한항공 전 유니폼처럼 리본을 묶을 수 있는 스타일을 샀고 치마는 약간 플레어를  샀다.  리본 달린 망이 있는 삔으로 머리를 고정하고 화장은 비행할 때처럼 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한항공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실에 들어갔다. 그때 알았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이곳에 왔는지... 흰색 블라우스에 은색 치마가 대부분이었고 머리도 나처럼 리본 달린 망을 한 사람은 없었고 다들  U자삔과 실삔으로 이쁘게 고정된 번 스타일을 하고 었다. 난 그 순간 모든 걸 다 내려놓았다. 그래도  이미  왔으니' 면접을 즐기고 가자'라는 생각을 했다.  5명이 한 조였는데 전부다 다른 항공사 출신이었다. 면접에 들어가기 전 인사하는 방법도 알려주는데 이 부분도 처음 해보는 거라 몇 번이나 연습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까체는 어색했다.

면접 들어가서는  "안녕하십니까"
면접 끝나고 나올 때는" 감사합니다."

이렇게 연습 후 드디어 면접을 보러 들어갔다.

면접관은 총세분이었다. 공통질문은 이직 이유였다. 면접 준비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정말 간단하게 "이제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표하는 대한항공에서 일하고 싶다" 고 간단히 대답했다. 나에게 개별 질문이 이어졌다. 가운데 계신 여성 면접관님께서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하셨다.

얼굴이 이국적으로 생겼는데 외항사에서 일하면서 얼굴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 있으면 말해보세요!


나는 처음에 질문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워낙 얼굴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많아서 웃으며 답변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한국 비행을 할 때였습니다. 저는 보딩 인사를 하기 위해  도어 앞에서 탑승권을 확인하고 자리를 안내해드렸는데  한국인 할머님께서 들어오시면서 저에게 외국인 처자가 한국말을 너무 잘한다고 칭찬해주셔서 동료들이 웃으면서 넌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라고 답변을 했더니 특히 가운데 앉아계신 여성 면접관님께서  많이 웃어주셔서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면접이 끝나고 선배를 만나서  면접 후기를 얘기했더니 가운데 계신 여성 면접관님이 가장 상사이기 때문에 그분이 호의적이었다면 곧 좋은 소식을 들을 거 같다고 했다. 역시 선배의 말대로 합격했다.  


* 신입 ㅡ  실무와  임원면접으로  진행

* 경력   실무 없이  바로  임원면접 진행

경력직 면접전형
서류ㅡ임원면접ㅡ체력 및 수영/건강검진ㅡ최종 합격

  생각보다 빨리  면접이 진행이 됐고 그렇게 난 대한항공에 입성했다.


선배 덕에 두바이에서 잘 지낼 수 있었고  게다가 대한항공 경력직에 지원해서  승무원으로 2년을 비행할 수 있었다. 선배는 여전히 내 인생의 멘토다. 선배는  내가  어떤 일에 대해 고민할 때마다  경청해주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언을 해준다. 그리고 선배 딸과 내 딸 니엘이가 동갑이고  둘이 친해서 더 자주 연락을 하며 지낸다. 감사하게도  이렇게 좋은 멘토를 만나서  새로운 경험도 하며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글을 써보니 선배에게 고마운 점이 참 많다.

언니 정말 고마워!! 언니 덕에 에미레이트에서도 3년간 더 비행할 수 있었고  대한항공에서도 일할 기회를 얻었어. 이제는 내가 더 많이 응원하고 기도할게요!!

인연을  소중히  하는 방법은  사랑하는 것이다.

소중한  인연이  있다면  그 인연을  사랑하라.

사진출처 up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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