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 박지민, 1995년 10월 13일생, 고향 : 부산. 현재 육군 신병교육대 복무 중. 2025년 6월 11일 제대까지 525일 남았다.
회사 선배에게 방탄 CD를 선물한 적이 있다. 보컬 얘기하다가 지민이 얘기가 나왔는데 선배는 지민이 목소리가 끼를 부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표현을 했는데 나는 그게 긍정적인 거냐 부정적인 거냐 캐물었고 급기야 방언이 터졌다.
"선배 저는 지민이가 있어서 이 세상이 더 선해진다고 믿어요. 무대 할 때 트윗할 때 공식 카페에 편지 쓸 때 어느 방송을 할 때라도 늘 한결같고 진심이고 그 어디에서도 이유를 가진 꼬심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아요. 가진 게 그렇게 많으면서 노력은 제일 많이 하고 성실함의 아이콘이고, 아 표현이 미천하다. 정말 겸손한데 세상에 그런 겸손함을 본 적이 없어요.
지민이가 끼 부린다고 느낀 건 혹시 끌리신 거 아닌가요. 홀린 거 아닌가요. 지민이가 표현력이 좋아서 그래요. 지민이 목소리를 들으면 매번 설득당하고 무슨 얘기하는지 너무 잘 이해되거든요. 지민이가 팬이 그렇게 많은 건 그런 이유 아닐까요. 박지민이랑 가장 먼 단어가 허세예요. 껄렁함이에요.
지민이는 뭐랄까 팬들에게 너무 소중한데 늘 팬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는 요정. 지민이 앞에 서면 성별이 흐릿해지는 기분인데 남자다움이 뭘까. 그런 게 전혀 중요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 당기는 사람, 그런 사람이에요. 지민이한테는 부정적인 단어를 쓸래야 쓸 수가 없어요. 세상에 지민이는 있어야 되거든요. 지민이가 구원한 영혼이 몇천만은 넘을 거거든요."
선배는 취향을 말했을 뿐인데 한참 내 설교를 들어야 했다. 선배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며 지민이라는 사람에게 여러 단어를 대입해 보았다.
유혹적인 너
선배는 지민이가 유혹적이라고 느꼈던 것 아닐까. 그렇다면 그 마음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지민이는 내 입덕 요정이다. 나는 지민이에게 유혹당했다. 당시 나는 지민이에게 약간 미쳐있었다. 돌아있었다. 만질 수 없는(?)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지민이가 유혹하는 많은 곡이 있지만 먼저 'serendipity'를 소개하고 싶다. 이곡은 love yourself 承 Her 앨범을 여는 인트로 곡인데 뮤비를 보면 어린 왕자 같은 지민이를 볼 수 있다. 어린 왕자가 어떻게 유혹적인지 묻고 싶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세렌디피티의 콘서트 영상으로 가야 한다.
콘서트에서 세렌디피티를 보고 온 나는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세렌 박지민 이 천사와 악마, 백과 흑, 남과 여 아니면 그 사이 어딘가, 남친과 남동생 사이, 홀리했다 퇴폐했다. 세상 모든 경계를 의미 없게 만드는 박지민. 지민아 소중하다. 너를 발견한 건 신의 한 수 지구의 한 수 우주의 한 수.'
또 이렇게도 적었다. '세렌, 야하고요, 음 야하네요. 그는 어느 포인트에서 눈웃음을 날려야 하는지 당연히 압니다. 어디서 복근을 까야 아미들이 뒤지는지 알고요, 인간 끼쟁이 그 자체고요. 음 야합니다(응 니 머릿속이)'라고도 적었다.
세렌디피티 무대에서 지민이는 한 줄기 백색 실크가 비상했다가 낙하하는 모습처럼 우아했다. 감미로웠다. 살짝살짝 보이는 복근은 유혹적이었다. 결과를 다 아는 사람처럼 그저 사랑하게 해 달라는 가사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이게 인간일 순 없다. 인간이 이렇게 신 같을 순 없어. 그렇게 혼을 빼앗긴 채입을 틀어막고 지켜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친구 같은 너
무대에서 이렇게나 유혹적인 지민이는 무대 밖에서 한없이 다정하다. 따스하다. 자상하다. 고마워요 봇이다.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내가 쓴 일기를 찾아보니, 어떤 날은 "회사에서 샌드위치로 대충 점심을 때우려고 주섬 거리는데 지민이 트윗이 왔다. 정말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져서 스스로 놀랐다"라고 쓰여 있다. 어떤 날은 "지민아 연 날리기 해봤어? 굉장히 재밌다? 실을 당기는데 바람의 힘이 실을 타고 느껴지는 거야. 바람이 나를 막 당겼어. 이게 단순한데 단순하지 않아. 나와 실과 바람이 줄다리기를 잘해야 멀리멀리 날릴 수 있더라고. 진짜 재밌었어!"라며 일상을 친구에게 말하듯 쓰여 있었다.
지민이는 별로 친하지 않은 내가 우물거리며 늘어놓는 고민도 들어줄 것 같은 사람이다. 내가 재미없는 농담을 해도 눈이 사라지며 웃어줄 것 같은 사람. 방탄소년단이 상을 받을 때마다 이 상은 아미가 받은 상이라며 '우리 아미 상 받았네'라는 트윗을 보내는 사람. 고마워요 봇이 아닐까 싶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고 그 마음이 진실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
내가 느낀 이런 다양한 감정들을 많은 아미들도 느꼈던 것 같다. 지민이 덕분에 아미가 된 사람이 주변에 참 많다. 너무 이해가 된다.
오늘도 유튜브에서 지민이를 검색해 본다. 이번엔 '피, 땀, 눈물'에서 지민이가 어깨 까는 영상으로 시작해서 지민이가 부산예고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결혼식에서 한 공연 영상에까지 도착한다. 선생님 얼굴을 보니 그 영상이 맞는 것 같다. 지민이가 결혼식에서 공연해 줬다고 하는 선생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알았다. 나는 대체 뭐 하는 인간이길래 박지민의 고1 담임 선생님 얼굴까지 알고 있는 건가 싶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청소년 박지민이 나를 정화시켜 준다는 게 중요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편파적인 사랑이야말로 내가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가장 편파적으로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나는 지민이를 편파적으로 사랑한다. 너무 사랑해서 이제는 객관적인 눈으로 지민이를 볼수가 없다. 하지만 괜찮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팬'이라는 말이 존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