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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 Dec 27. 2023

날 마주치는 순간 내 팬클럽에 가입돼

도망칠 곳은 없어


RM 알엠

본명 김남준, 1994년 9월 12일생, 육군 훈련병으로 복무 중이고 2025년 6월 10일 제대까지 531일 남았다. 휴.



남준이는 덜렁이다. 칠칠이다. 뭔가를 부수고 주변을 어수선하게 만든다. 뭔가를 자주 잃어버린다. 헐렁한 청바지 뒷주머니에 떨어질 듯 말 듯 걸려있는 핸드폰을 보며 마음이 두근두근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어떻게 그런 남준이를 영혼의 단짝이라고 생각하게 됐을까.



날 마주치는 순간
내 팬클럽에 가입돼
싱글 앨범 (2015.8.4.) 'Fantastic' 



지금 생각으론 마주친 순간 팬클럽에 가입당한 것 같지만 시작은 아마도 '목소리'라는 노래 같다. 아니 '힙합성애자'인가. '내 꿈은 내 목소리를 모두에게 주는 것'이라는 가사가 머리에 딩~ 소리가 나게 했다. '할 말이 많아서 남들이 해주는 얘기론 부족하다 느꼈지'라는 가사에선 도플갱어를 만난 기분이었다. 어쩜 이렇게 나 같은 너가 있지?



비가 오면 조금은 나
친구가 있다는 기분이 들어
자꾸 내 창문들을 두드려
잘 지내냐면서 안부를 물어
And I answer, 난 여전히 삶의 인질
죽지 못해 살진 않지만
무언가에 묶여있지
mono (2018.10.23.) 7번 트랙 'forever rain'



나는 보통 슬픈 감각을 처리하지 못하는 같다. 그러나 어쩌나. 나는 인간인데. 내가 이런 슬픈 인간일 줄 알고 남준이는 'forever rain'을 만들어 줬다. 빗소리가 누군가 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걸어봤는데 기분이 나아졌다. 어릴 때는 비를 참 싫어했는데 이제는 우산 쓰면 되지, 좀 젖으면 되지, 그런 마음이다. 이 노래 가사처럼 영원 따윈 없나 보다. 어쩜 이렇게 나 같은 사람이 있지?



우린 꿈을 남한테서 꿔 빚처럼
위대해져야 한다 배워 빛처럼
너의 dream 사실은 짐
미래만이 꿈이라면
내가 어젯밤 침대서 꾼 건 뭐

꿈이 뭐 거창한 거라고
그냥 아무나 되라고
We deserve a life
뭐가 크건 작건 그냥 너는 너잖어
LOVE YOURSELF 轉 Tear (2018.5.18.)
5번 트랙 '낙원'



남준이는 내가 남의 꿈을 꾸면서 살았다는 것을 알게 해 줬다. 위대해질 필요 없다고도 그냥 아무나 돼도 된다도 말해줬다.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졌다. 아무나 돼도 된다니. 그 사실이 너무 멋졌다!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나란 놈을 고작 말 몇 개로 답할 수 있었다면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다 만드시진 않았겠지
How you feel? 지금 기분이 어때
사실 난 너무 좋아 근데 조금 불편해
나는 내가 개인지 돼진지 뭔지도 아직 잘 모르겠는데
남들이 와서 진주목걸일 거네
MAP OF THE SOUL (2019.4.12.) 1번 트랙
'Intro : Persona'



'페르소나'가 나왔을 때 김남준 만세를 외쳤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나라 세우자. 그렇게 떠들었다. Where's your soul? where's your dream? Do you think you're alive? 남준이는 나에게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너 정말 살아있냐고 물었다. 자꾸 물어보니 대답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나 정말 살아있나?



어긋나는 건 너무 아픈 것
겪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
내 이상과 현실 너무 멀고 먼
그 두 다리 건너
내게 닿고 싶어
진짜 내게
진짜 내게
mono (2018.10.23.) 5번 트랙 '어긋'



생각해 보면 나는 줄곧 부끄러웠던 것 같다. 아직도 꿈 얘기를 한다고? 아직도?

그런데 여전히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게 방탄이었고 남준이었다. 남준이의 가사를 따라 살아오며 내 안의 많은 불편한 감정 중에 부끄러움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 얼마나 살기 편한지. 많이 컸다 나 자신.



그대여 더는 뒤돌아보지 마
그 많은 파도 다 지난 뒤에
무수한 만일이 널 괴롭혀도
이젠 니가 널 지켜줄 거야
INDIGO (2022.12.2.) 10번 트랙 'NO.2'



이제는 나를 지켜주는 게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다. 여전히 삶의 인질인 것 같은 기분일 때가 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 살아간다. 남준아 그동안은 니가 날 지켜줬잖아. 이젠 내가 날 지키면서 살아볼게. 고맙고 사랑하고 아낀다.



덧붙임: 지성인이라면 남준이 솔로앨범인, RM, MONO, INDIGO는 전곡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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