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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Jul 08. 2022

죽지말고 살어 포기할 생각 하지마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펼치면 나타나는 세상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내가 있고, 그런 우주가 무한대로 있다면 어떨까. 우주들 사이에 어떤 링크가 있어서 새로운 우주로 건너갈 수 있고, 그곳에서 삶을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이다. 주인공 노라 시드의 이야기는 삶에 대한 통찰을 준다. 재능이 있지만 사람들로부터 받는 기대와 두려움 때문에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을 포기하는 노라를 보면서 주인공이 받았을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녀는 그녀가 결정을 포기한 것들로 인한 후회가 남아 있었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파괴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그녀가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스스로 삶을 끝내기로 하는데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도서관은 노라의 뇌가 해석하여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이고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 삶도 죽음도 아닌 그 중간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도서관에서 노라를 안내하는 사서 엘름 부인은 노라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조언과 큰 위안을 주었던 사람이었다. 노라는 살면서 후회가 남은 순간들이 기록된 '후회의 책'을 봤고, 그 때 포기했기 때문에 살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녀가 선택했다면 살았을지 모르는 삶들, 결혼, 수영선수, 가수, 부자, 호주에서 친구와 약속했던 일, 빙하 연구자 등 새로운 삶을 살면서 그녀는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다.


중요한 것은 후회의 순간으로 돌아가더라도 결과가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후회했던 삶을 돌이켰음에도 후회가 밀려들면 그 삶에서 벗어나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아서 후회가 남을 수도 있지만 선택을 했더라도 부정적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만 책에서도 나오지만 부정적인 결과라 하더라도 그 후에는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라는 새로운 삶을 경험할 때마다 처음에는 아주 두꺼웠던 후회의 책이 점점 얇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노라가 처음으로 다시 살아본 삶은 결혼을 한 삶이었다. 그녀는 대니라는 남자친구와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가장 큰 후회가 남아있었는데, 막상 대니와의 결혼생활은 기대와는 달리 불행한 삶이었다. 


노라는 빙하연구자로 노르웨이에서 살고 있을 때, 자신의 본심을 알아차리고 놀라게 된다. 그녀는 그렇게 죽기를 바란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닥뜨리자 필사적으로 살고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북극곰 앞에서 죽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기회를 놓치기 위해 저항한 것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조금씩 어둠을 걷어내고 삶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결국 그녀가 살아보지 못해 후회했던 삶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서 초라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무리 초라하고 비참한 삶이라도 삶 자체가 주는 존귀함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소설에서 그녀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할 때, 도서관에서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게 되고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붕괴되는 것이 묘사되었다. 그 때 엘름부인이 노라를 향해 소리친 말이 인상적이었다. 


죽지 말고 살아. 노라 시드, 포기할 생각은 하지도 마.


나는 이 한마디가 주는 울림이 크다고 생각한다. 






요즘 소설을 몇 편 읽으면서 든 생각은, 소설에서 발견하는 문장들이 읽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비소설 서적에서 보기 힘든 역설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들이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이 소설에서도 노라가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갔을 때 느낀 고요함을 표현하면서 '소음보다 시끄러운 정적'이라고 했는데, 이 표현에서 노라가 그런 고요함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혼란스럽고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기 위해 물건을 사고 문을 통해 가게를 나가는 상황을 활용하였다. '문이 여러개 있다면 좋겠다.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남겨두고 나가면 다 비울 수 있을텐데' 와 같은 표현들이 인상적이었다. 가끔 소설을 통해 정서의 환기도 경험하고, 새로운 통찰들도 얻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 





Photo by alexandru vico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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