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 방구석 식덕 생활
우리 동네 미용실을 하나 소개해야겠다.
이곳은 간판이 없다. 한 번이라도 여기를 이용해보았다면 상호를 알았을 텐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식물에 빠지기 전까지 이 미용실은 그저 출입구 앞쪽에 너저분하게 식물들이 많은 곳으로, 진짜 토박이 동네 분들이나 간간이 이용하는 곳쯤이라고 추측했던 곳이다. 그렇다. 이 미용실 앞에는 동네 어느 꽃집보다 많은 식물이 나와있었다. 꽃집 식물들처럼 깔끔하게 가꿔진 식물들은 아니었다. 제 맘대로 가지를 뻗고 키를 키운 식물들, 벌레 먹은 채로 방치되어 있는 식물들, 그 사이사이 꽃을 피우고 잘 매만져진 화분도 꽤 있는 곳. 자연스러운 것이 항상 미적으로 훌륭한 것은 아니듯 전체적으로 이 미용실과 식물들은 지저분하다고는 못하겠고 너저분했다.
몇 군데 동네 꽃집들과 더불어 이 미용실은 내 동네 산책 코스에 들어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는 단연 가장 흥미로운 곳이 되었다. 미용실 앞을 빙글빙글 돌기만 하다가 지난주에는 출입문 앞까지 진출했다. 바닥에서 아주 풍성하게 잣구들을 내고 있는 필레아 페페를 보았다. 내 필레아 페페의 사망 전 일이다. 원장님은 아닌 듯한 여자가 머리가 아닌 식물에 관심을 갖은 나의 출연에 당황한 듯 원장님은 잠깐 외출했다고 했다. 내가 여기서 식물을 팔기도 하는가 물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간혹 팔기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거리의 뜨거운 열기를 뚫고 어제 낮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주머니에 오천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도 몇 장 챙겨 갔다. 주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마침 식물 손질을 하고 있었다.
결론,
준비한 지폐는 한 장도 쓰지 못하고 엄청난 선물을 받아왔다. 필레아 페페 자구와 꼭 사리라 했던 립살리스 한 줄기와 아마도 이 역시 립살리스과의 무엇인 듯한 것 또 한 줄기와 남십자성 다육도 세 줄기 잘라 주셨다.
페페 말고는 뿌리가 없는 것들이라 물에 꽂고 흙에 꽂고 그렇게 작은 분들이 또 여럿이 됐다. (야호!)
난 단지,
이 동네에서 식물이 제일 많은 곳이 여기다, 꽃집들보다 더 많다며 들어가서는 바로 주저앉아,
"어머, 필레아 페페다, 자구가 많네요. 요기 이 작은 것 하나만 파시면 안 될까요?"
"어머, 이건 뭐야, 이쁘다."
"어머, 립살리스가 여기 있네요!"
"어머"
"어머"
.
.
.
난 그렇게 계속 이쪽저쪽으로 토끼처럼 옮겨 다니며 감탄을 했을 뿐이다.
한참 그러고 있는데, 주인은 가위를 들고 머리가 아니라 식물 줄기들을 잘랐다. 물꽂이로 번식할 수 있는 식물 줄기들이 바닥에 툭, 툭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