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 방구석식덕생활
분갈이는 식물 유튜버들의 영상 중 빠지지 않는 소재다.
분갈이 의식은 저마다 세밀하게 다른데, 최근 이상하게 푸근한(?), 편한 영상을 즐기고 있다. 보는 사람이 편하다면 대개는 만드는 사람이 편하게 찍어서다.
잔뜩 긴장한 채 분갈이하는 사람, 장비 발 자랑하며 우아하게 분갈이하는 사람, 한 미모로 혹은 성우 같은 목소리로 가산점 얻고 시작하는 사람, 아름다운 대본을 읊으며 분갈이하는 사람, 참 각양각색이다.
유튜버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긴장했음이 역력하면 불편하지만 귀엽다. 장비며 자세에 꾸밈이 많아 보이는 영상은 오그라들긴 하지만 또 보는 재미가 있다. 그들이 알려주는 분갈이 방법을 보고 내 식물들의 분갈이도 하나하나 시도했다. 뿌리 다칠세라 줄기 부러뜨릴라 조심조심.
그러다 그녀의 채널을 알게 되었다. ASMR을 표방하는 채널도 아닌데 말 한마디 없이 분을 간다. 흙 섞는 소리, 카메라 돌아가는 소리(렌즈가 초점 맞추려고 저 혼자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소리다) 모종삽이 질그릇에 닿는 챙챙 소리, 화분과 뿌리를 분리시키려고 화분 두드리는 소리, 흙을 뿌리 사이에 골고루 퍼지게 하려고 화분 흔드는 소리, 흙 흘러넘치게 조심성 없이(!) 물주는 소리, 마지막으로 압력 물 조리로 식물과 화분에 물 뿜는 소리.
그렇게 그녀는 뚝딱 열 개, 스무 개의 새 화분을 만들어낸다.
식물을 만지는 망설임 없는 그녀의 손길을 보고 그렇게 애면글면하며 만지지 않아도 식물이 잘못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오래 식물을 길러왔으며 식물로 자기 마음을 치유받고 있으며 식물 전도사가 되어 타인의 마음 치유에 도움을 주는 듯 보이며, 뮤지션이고 작가인 '이랑'이다.
조심스럽게 만지는 일도 재미있었지만 무심하게 툭툭 만지는 것도 쾌감이 있다. 사랑하지만 무심한 척 장난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