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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음 Mar 14. 2024

실존주의 상담교사가 초등학생을 만나면? (2)

산다는 건, 고통이 찾아올 때 도망치는 것이 아닌 받아들이는 것.

새 학기 초등학생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공부, 환경...


이렇게 아이들은

세상으로부터 오는 '자극'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한 번도 접히지 않은 새 종이'에 비유한다면


세상이 주는 자극, 즉 '스트레스'는

'마음이 접히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접혀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수업시간 40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기,

머리 아픈 수학문제 풀기,

말하는 순서 기다리기 등등


세상이 요구하는,

접혀야만 하는 '틀'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접히는 것이 싫어서

'난 한 번도 접히지 않는 종이가 될 거야!'하고

고집부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접혀야 하는 모든 순간들이 너무 고통스러울 거예요.



그러나,

한 번도 접히지 않는 종이 vs 잘 접은 종이


둘 중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날아가는 종이는

잘 접은 종이입니다,

(마치 종이비행기처럼요!)



그러니,

접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잘 접어서

세상을 멋지게 날아봐요.



해석

그러니,

접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고통을 받아들이고)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잘 접어서 (=고통에 의미를 담아)

세상을 멋지게 날아봐요. (=나만의 의미있는 삶을 살아라)



새 학기, 첫 상담 수업시간

한 번도 접지 않은 새 종이와 종이비행기를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해 줬던 비유입니다.

(아이들이 제가 느끼는 만큼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실존주의에 따르면, 고통은 필연적인 것이며

고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고통이 무의미할 때를 삶의 저주로 보았습니다.


최근 본 영화 '듄'시리즈 명대사도

제가 좋아하는 실존주의와 비슷한 결이어서 가져와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움은 정신을 죽이며, 두려움은 소멸을 가져오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서 흘려보내리.

두려움이 지나가면 마음의 눈으로 그 길을 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없이 나만 남으리.


상담 수업시간에는 주로

"마음이 아플 때는 이렇게 해봐요~"와 같은

대처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대처방법도 좋지만,

이와 더불어 필요한 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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