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명대성 Sep 05. 2024

손편지의 힘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소통할 수 있다. 이메일, 문자, SNS 메시지 등 빠르고 간편한 소통 수단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손편지가 지닌 특별한 힘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손편지에는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서는 감정과 진심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편지의 힘은 느림에서 시작된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거나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는 일은 순간적이다. 하지만 손편지를 쓰는 일은 시간을 요구한다.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써 내려가며, 글을 쓰는 사람은 상대방을 깊이 떠올리게 된다. 이 느림은 서두르지 않고, 그 순간을 온전히 상대방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느리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그 어떤 빠른 메시지보다도 깊은 감동을 준다.


  또한, 손편지는 개인의 고유한 흔적을 담고 있다. 각자의 글씨체에는 그 사람의 성격, 감정, 그 순간의 분위기가 녹아들어 있다. 서툰 글씨, 불완전한 문장마저도 손편지에서는 오히려 그 사람의 진심을 더 솔직하게 드러내는 매개체가 된다.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받았을 때, 그 글에는 타인이 할 수 없는 나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흔적은 손편지를 받는 사람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주며,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


  손편지에는 정성과 노력이 담긴다. 단순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떠올리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종이를 고르고, 펜을 선택하고, 편지를 담을 봉투를 준비하는 그 모든 과정이 하나의 마음 표현이다. 이 모든 정성과 시간이 깃든 손편지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마음의 깊이를 전하는 행위가 된다. 그래서 손편지를 받을 때 우리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느끼게 된다.


  또한, 손편지는 기록의 힘을 지닌다. 디지털 메시지는 쉽게 지워지고 사라지지만, 손편지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우리는 중요한 순간에 받았던 편지, 특별한 사람에게서 온 손편지를 종종 보관하고,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읽으며 그 순간을 떠올리곤 한다. 편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한다. 오래된 손편지를 다시 읽을 때,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다시금 떠오르며, 우리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손편지는 사람과 사람을 깊게 연결해준다. 이메일이나 메시지는 빠르게 전달되지만, 손편지는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직접 쓴 글은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그 관계에 더 큰 애정과 감정을 불어넣는다. 손편지를 주고받는 행위는 단순한 소통을 넘어, 상대방과의 유대감을 깊게 만드는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된다.


  결국, 손편지는 느림과 정성, 그리고 깊은 마음을 담아낸 소통의 방식이다. 디지털 시대에 잊혀가는 듯하지만, 여전히 손편지는 그 진가를 발휘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한 장의 종이에 담긴 진심이 때로는 말보다, 메시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손편지는 시간과 기술을 초월해, 우리 삶 속에서 중요한 감동을 전하는 도구로 남아 있다.


-명대성-

작가의 이전글 글이 주는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