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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욱 Oct 17. 2024

첫울음과 조종(弔鐘) 소리

새로운 형식을 모색한 단편소설의 작가 노트와 기획서

  「첫울음과 조종(弔鐘) 소리」는 허구의 유튜브 영상을 변주한 단편소설입니다. ‘언박싱‘ 영상을 고스란히 묘사하면서 생방송의 긴장감을 살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광고를 통해 의미의 대비, 진행의 환기가 이루어지며 동영상 속의 유튜버인 화자와 카메라의 삼인칭 서술이 교차하면서 탄생의 눈물과 죽음의 눈물, 남성과 여성의 대비, 반려로봇을 통해 미래의 가족을 엿보는 작품입니다.

  그럼, 동영상을 만들지 왜 소설로 썼는가? 그간 소설에 영화, 다큐, 연극이 배경으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어갔거나, 부분적으로 장면을 묘사하는 경우는 많이 있다. 

  이번 시도는 ‘읽는 영상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구의 영상을 그대로 텍스트화하는 작업이자 재해석입니다.

  유튜브, 틱톡등 영상 기반의 소셜 미디어 시대에 언어예술인 소설은 더 본연의 특징을 살려 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파피루스’적 회귀가 아니라 기본 방향 위에 영상의 매력을 차용, 첨가하여 텍스트성을 시대에 맞게 변주하는 시도이다.  


   

「첫울음과 조종(弔鐘) 소리」집필을 위한 기획서   

   

1. 모티브 유튜브 동영상에서 소설의 새로운 표현형식을 발굴하여 구현한다.      

1부. (과거 이야기) 자신의 속 이야기를 거침없이 폭로하는 눈물을 흘리는 콘텐츠

2부. (현재이야기) 협찬 받은 물건을 소개하고 품평하는 <언박싱>콘텐츠. 

     

2. 표현 형식의 구현 영향력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 문학의 형식을 대입해 보는 작업      

1부. 약 10분짜리 녹화 편집본이다. 엔지컷, 관련 삽입 이미지 등 스탠딩 코미디처럼 혼자 주절주절 떠드는 고백의 형식이고 진행자는 스스로 눈물을 짜내며 구독자의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 1부를 생략할 경우 과거 이야기는 진행자가 지난 동영상을 참고 하라는 맨트와 함께 문단 이 바뀌고 그때의 영상을 묘사한다.      

2부. 약 30분짜리 ‘생방송’ <언박싱> 동영상을 고스란히 묘사한다. 동영상의 시작과 끝이 단편소설의 시작과 끝이다. 편집되지 않은 ‘생방송’의 긴장감에서 극적 효과를 노린다. /동영상을 묘사하는 도중 진행자의 해설이 나온다. /독백으로 과거의 이야기와 부연 설명을 끌어낸다. /2~3회 광고가 나온다. 지정 광고와 건너뛰기가 가능한 광고를 통해 의미의 대비, 진행의 환기가 이루어진다. /스튜디오 고정 카메라의 시선으로 진행자나, 대상이 이동하면 화면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화자는 누구인가? 동영상 속의 유튜버(대사)와 현재 카메라 시점으로 장면을 묘사하는 삼인칭 서술자가 교차한다.

     

3. 줄거리      

1접속에 온기를 담아 접촉으로 (30)  #의식드로잉  #반려식물  #눈물  #일인가구 

팬데믹 상황에서 줌으로 드로잉 수업을 진행하는 유튜버인 서는 일인가구이고 반려식물이 가족이다. 드로잉 수업의 모델도 수강생 집에 있는 화조로 진행한다. 온기를 느낄 수 없는 비대면 수업이 답답해질 즈음 자기 유튜브 콘텐츠인 <의식의 빨래> 눈물 짜기도 잘되지 않는다. 감정을 살리기 위해 비대면 수업인 접속에 접촉의 개념을 추가하여 다양한 시도를 한다. 드로잉 수업 수강생 숙제를 택배 박스로 받고 피드백을 박스에 담아 보내면서 화초에 손글씨 편지를 매달아 보내기도 하는 동안 수강생 김과 연인이 되어 동거를 시작하면서 더욱 <언박싱>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유튜브 콘텐츠를 궁금증과 기대감을 유발하는 <언박상>으로 갈아탄다.

     

2앤드루로보틱스 신상품 상상 초월 언박싱 (50) #정상가족  #동거커플  #육아  #해외입양  #반려로봇 

서영은 ‘의식의 빨래’라는 눈물 짜내기 콘텐츠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눈물샘이 말라 그 한계에 다다른다. 그즈음 드로잉 수업을 통해 만나 동거를 시작한 연인 김과 <언박싱> 콘텐츠로 전환하여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다. 구독자와 조회 수가 늘어났지만, 구독 후 시청률이 떨어지고 영상을 끝까지 보는 비율이 낮아 평가 점수가 낮기 때문이다. 둘은 조회 수를 더욱 끌어 올리려고 화제를 부를 만한 상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 민간 입양기관의 이미지 광고, “동영상이 5초 후에 시작합니다.”     

* (청아한 풍경의 종소리와 함께) 동영상이 시작된다. 이곳은 산 중턱에 있는 오래된 다세대 주택의 베란다, 화초가 어우러져 아늑해 보인다. 창틀에 달린 풍경 아래로 서울이 한눈에 들어온다.      

* 3인용 소파 그리고 테이블만 있는 거실에서 박스가 개봉된다. 로봇회사에서 둘에게 상품을 협찬하면서 내용을 밝히지 않았고 생방송 <언박싱>을 진행한다면 거액을 후원한다는 제안을 했다. 모습을 드러낸 상품은 ‘신생아’ 로봇이다. 신생아는 입양의 형식으로 판매되며 일정 기간 육아에 성공하면 업그레이드되는 상품이다. 전원을 켜기 전 읽어본 출생증명서엔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어미 로봇에 대한 사연이 나와 있다.      

* 행복한 가족이 등장하는 리조트 광고, “광고 건너뛰기”      

* 법적 결혼은 싫지만, 아이를 낳고 싶었던 여자 서는 전 남친의 아이를 낙태한 경험 때문에 아픔이 교차하지만 환호하고,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김은 ‘신생아’를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다.      

* 반려로봇 상조회사 광고, “광고 후에 동영상이 재생됩니다”      

* ‘신생아’는 살아 숨 쉬는 아기처럼 섬세하다. 전원을 켜자 우렁찬 울음소리가 난다. 이때 서의 장기인 눈물 흘리기가 작동되어 구독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맥박이 떨어진다. 돌봄 설명서에는 커플이 똑같이 사랑으로 품어야 충전이 된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왠지 김은 ‘신생아’를 가슴으로 품지 못한다. 그것 때문에 자지러지게 울다 체온이 떨어진 ‘신생아’는 의식을 잃는다. 둘은 또 다시 트라우마의 늪에 빠지기 싫어 ‘신생아’를 살려보려고 애쓰지만, 심장은 멈추고 만다. 설명서를 보며 살려내려고 애쓰지만 소용없다. 결국 신생아를 방치하여 죽게 만든 둘은 죄인이 되고 만다. 김과 서는 눈물을 흘리며 반품을 위한 박싱을 진행하는데 그 모습이 꼭 장례식 같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서울의 불꽃이 핀다. 묵직한 종소리가 들린다)  

   

4. 의미     

1소통에서 온기의 역할 - 반려식물과의 교감

2탄생의 눈물과 죽음의 눈물, 남성과 여성의 대비 - 가족의 구성원으로 등장한 반려로봇을 통해 미래의 가족을 말한다. 또한 입양의 실태와 편견과 환상을 점검하고 입양으로 부모 되기의 의미를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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