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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 커피 Jan 13. 2022

한국인에게 생소한 커피 추출 도구


한국의 커피 문화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타벅스와 함께 제2의 물결이 시작됐고, 작은 로스터리들이 하나, 둘씩 생기면서 커피 장인이라는 말이 나오고 제3의 물결이 시작되고, 이제는 화학, 열화학, 물리학 등 과학적인 접근을 하며, 기존 다양한 메뉴로 승부하던 카페가 아닌 전문성을 갖고 커피 애호가와 일반 커피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제는 취미로 홈 카페를 만드는 사람들의 수준조차 전문 바리스타의 수준 또는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성이라는 것은 내가 모르는 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식도락에는 다양성이 더욱더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커피에는 우리 흔히 알고 있는 핸드드립/푸어오버 (여과식), 에스프레소(가압식), 프렌치프레스(침출식)가 있다. 콜드브루/더치커피나 다른 어떤 추출법도 이 세 가지를 혼합하거나 이 세 가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구글에서 찾아보면 정말 많은 커피 메이커가 있다.  이를 리뷰하는 블로거나 유튜버들도 많이 볼 수 있어서 하나씩 찾아보면 크고 작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는 커피 도구는 무엇이 있을까?






인도




인도 필터 커피 메이커

사진출처



요즘에 블렌드에 많이 섞여있는 커피가 인도 커피일 것이다. 인도는 블랙티나 짜이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인도 커피 역사는 16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고 현재는 한국 커피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영상에 보면 알 수 있듯이 남인도식 필터 커피 메이커는 분쇄된 커피를 담는 상단 챔버와 추출된 커피를 받은 하단 서버로 구성되어 있다. 챔버 자체가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필터는 필요하지 않다. 생긴 것이 베트남 커피 메이커인 Phin과 유사하게 생겼다. 추출 시간도 일반 드립 커피보다는 길기 때문에 여과식과 침출식을 혼합했다고 볼 수 있다. 

커피를 만든 뒤에 우유, 설탕과 커피를 혼합하는 과정이 밀크티나 짜이티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해서 상당히 인도의 느낌이 묻어있는 커피가 아닌가 싶다.





태국



태국은 음식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커피가 재배되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치앙마이나 치앙라이 쪽에서 태국 커피가 재배되고 태국은 20위권 안에 드는 커피 생산국이다. 최근 몇 년간 태국 커피 품질의 발전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스페셜티 태국 커피는 다른 어떤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아서 태국에 가야만 맛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태국 스페셜티 그린빈을 주문하기 시작하고 있다. 태국뿐 아니라 커피 생산국 중에는 이런 숨겨진 보물 같은 커피/커피농장이 많을 것이다.

태국 길거리를 둘러보면 플라넬 재질로 만들어진 필터 속에 커피를 넣고 티처럼 우려서 아이스커피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융드립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추출법은 프렌치프레스와 비슷하다. 



영상을 보면 우려진 커피 제공하지만 어떤 곳은 커피를 우리고 필터 속에 있는 추출된 커피를 적시거나 재투입시켜 필터에서 바로 컵으로 떨어지게 만든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태국뿐 아니라 동남아에서는 이런 방식의 추출법을 제법 많이 볼 수 있다. 얼마나 우리는지 얼마의 커피를 넣는지는 알 수 없다. 이들은 말 그대로 전통 방식대로 커피를 만들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이기도 한 에티오피아는 고산지대에 비옥한 토양을 갖추고 있어서 커피를 재배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제베나"라는 도자기로 만든 주전자가 있는데 상부 투입구와 토출구가 매주 작은 편이다. "부나"라는 커피 세리머니에 사용되는 "제베나"는 1100년부터 에티오피아에서 사용됐다고 알려져 있다. 


제베나

사진출처



영상을 보면 필터가 따로 있지 않다. 커피도 분쇄하지 않고 잘게 빻아서 제베나에 넣고 물과 함께 끓인다. 그리고 커피를 컵에 따를 때는 커피 잔여물이 최대한 나오지 않게 제베나를 높게 든다. 여행 가서 커피 필터가 없을 때 이런 방식으로 커피를 만들어 마시면 색다른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베트남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 커피는 한국인들에게는 유명하지만, 베트남 커피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주 적을 것이다. 베트남 길거리를 여행하거나 아주 오래된 카페를 가면 태국 길거리 커피와 같은 방식으로 플라넬을 사용한 커피 추출을 해서 까페쓰어 (베트남 연유 커피)를 만드는데 현재는 핀(Phin)이라는 커피 메이커로 커피를 만드는 것이 가장 베트남스러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

핀(Phin)은 필터라는 뜻으로 프렌치프레스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고, 인도 커피 메이커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디서 유래됐든 다른 나라보다 베트남에서 이 방식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베트남을 가본 사람은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 핀 커피는 비교적 가늘게 분쇄된 커피를 챔버에 반 또는 그 이상을 넣고 뜨거운 물을 살짝 부어서 커피를 적시고 1분 정도를 기다린다. 그리고 나머지 분량 (보통 필터에 가득 찰 정도)의 물을 부어서 추출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고 영상에 서빙된 컵처럼 연유가 담긴 컵 위에 올려 손님에게 서빙한다. 

보통 추출이 4~7분 사이로 오래 걸리는 편인데 기다리는 동안 베트남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신문을 읽거나,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여유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내려진 커피를 연유, 설탕 또는 연유와 우유 혼합물과 함께 마신다.

보통 베트남 카페는 도로를 보도록 자리 배치가 되어 있어서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면 카페에 앉아 도로를 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베트남 커피 문화와 커피 농장을 보려면 - 라까프 브랜드 시청)


베트남 커피 역시도 남인도 필터 커피 메이커처럼 여과식과 침출식을 혼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커피 생산국에는 다양한 전통적인 커피 메이커가 있다. 현대식의 커피 메이커가 어디서 파생되어 만들어졌는지도 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멋들어진 커피 메이커도 좋지만 전통적인 각 나라의 커피 추출 방식을 따라 해 보는 것도 커피 애호가에게는 큰 재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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