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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Mar 14. 2021

아빠가 내게 사업 경영을 맡겼다

보통 여자의 경영 전략 분투기

기획팀에 있다보면 '전략'이라는 단어를 꽤 자주 듣는다. 사업전략, 기술 전략 등등 여러 다양한 전략에 대한 자료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아무리 '전략'이라는 단어를 들어도 내겐 참 모호하게만 느껴진다. 짜장면이면 짜장면, 짬뽕이면 짬뽕이지 짬짜면과 같은 메뉴는 도무지 족보를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짬짜면은 실체가 있으니 머릿속에 그게 무엇인지 그림은 그려진다. '경영전략'은 어쩌면 짬짜면보다 더 애매하면서 그럴싸하게 보이는게 들으면 들을수록 모호한 개념처럼 느껴진다. 


모호한게 싫다면서 이상하게도 내 전공들은 모호한 것 투성이다. 본 전공인 UX도 알면 알수록 모호하고 부전공인 '경영 전략' 역시 안개 속에서 진주를 찾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런 모호함때문에 더 알고 싶어 계속 파다보니 전공과 부전공이 되어 버린것 같기도 하다. 뭐 여전히 전공이 경영전략이라고 하기엔 어쩐기 낯이 뜨겁긴 하지만.... 전략을 한다는 건 마치 인생의 엄청난 지략가처럼 느껴져 경영 전략이라는 단어를 입밖에도 꺼내지 않는다. 주변에 전략을 한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


다만 지난 토요일, 가족과 대화를 하면서 애매모호한 경영전략을 조금은 구체화할 필요가 생겨버렸다. 주말만 되면 부모님을 찾아뵌다. 아빠는 사업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소위 가족 경영을 하신다. 30년간 같은 사업을 운영하셔 효율적인 운영면에서는 베테랑이시다. 하지만 30년이라는 세월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마케팅이나 서비스 측면에서는 어떻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지 고민하시는 부분도 있다. 


"J야, 너가 일부 좀 도와줄래? 아빠가 구역을 줄테니까 좀 도와줘봐."

"아빠 내가 그걸 어떻게해.. 회사일로도 허덕거리는데..."

"야, 너 UX와 경영전략을 공부했다며! 아빠가 어렵다는데 그것 좀 못 도와줘?"



아빠가 하시는 말씀이 구구절절 틀린게 없었다. UX와 경영전략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모르는 척 손을 놓고 있을수는 없는터였다. 하.... 그런데 참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감이 안잡힌다. 회사에서 UX 업무를 한다고 하면 대충 무엇부터 해야할지 프로세스가 머릿 속에 그려지는데 우리 가족의 사업체의 UX나 경영전략을 적용시켜 보라니까 뭘해야 할지 난감하다. 순간 내가 그동안 헛똑똑이였나 싶기도 하다. 


그동안 이론만 무장한 채 수업을 듣고 책을 읽어 나갔다면 실무에 적용하면서 다시 한번 이론들을 점검해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머릿 속으로만 모호하게 알았던 것들을 조금은 더 날카롭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집에 오면서 왜 아빠가 내게 경영을 도와달라고 한것일까, 생각에 잠겼다. 순간 아빠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용할 수 있는 비용 역시 두 딸들을 시집보내고, 아픈 할머니를 돌보면서 가난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수백억을 쉽게 펑펑 쓸 수 있는 자금 역시 여유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 전략은 "희소한 경영자원을 배분하여 사업이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창출하고 유지(Sustainable)시켜 줄 수 있는 주요한 의사결정"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단어는 '희소한 경영자원'이다. 투자해야 하는 돈이 풍부하거나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빵빵하면 사실 '전략'이란걸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희소한 자원일 때 뭔가 어려울때, 그때 필요한 것이 경영 전략인 셈이다. 어쩌면 뭔가에 결핍되어 있을때 부족함을 느끼고 있을 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게 '경영 전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경영 전략에는 몇가지 조건들이 필요하다. 

1) 유한한 자원들을 통합적으로 활용한다.
2) 장기간에 걸쳐 유지되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연희동 카페에서 모처럼 공부를 한 날!


하나의 활동이 아닌 여러 유한한 자원들과 활동들이 통합적으로 조합될 수 있는지, 장기간에 걸쳐 활동들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아빠를 도와주기로 하면서 나는 최근 다시 경영전략 원서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회사에서 머릿속에 있는 표상들을 가볍게 꺼내 보고서를 만드는 차원과는 또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내가 배운 경영전략의 개념과 여러 이론들이 어떻게 아빠의 사업체에 적용될 수 있을지 그 과정을 하나하나 차분히 기록하고 배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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