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사업 다각화의 산물, 디즈니
내 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라이언킹'이 먼저 생각난다. 유일하게 어렸을 적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었던 영화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나의 소중한 어린 시절 함께 시간을 보낸 영화이자, 회사이기에 '디즈니'는 내게 있어 '아련하면서도 꿈과 낭만의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수십 년 뒤 이제 더 이상 '디즈니' 영화를 볼 나이가 훌쩍 지났다고 생각하였지만 여전히 '디즈니'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토이 스토리'나 '인사이드 아웃'은 단순히 어린이 영화라고 하기엔 생각할 바가 참 많은 영화였다. '마블'이 만든 영화는 전통적인 디즈니 영화와 결이 좀 달랐지만 어쨌든 볼 때마다 잔인하면서도 통쾌하다. 대체 어떻게 디즈니는 나의 유아동기부터 성인 시기까지 콘텐츠를 책임지게 된 것일까?
디즈니가 유아기부터 성인까지 전 생애 콘텐츠를 책임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적극적인 수직 다각화 전략을 하였기 때문이다.
사업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크게 수직 결합과 수평 다각화로 나눌 수 있다. 수평 다각화는 유사한 생산요소나 경영자원을 활용해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존이 책을 팔았다가 다른 생활기기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 역시 수평 다각화의 한 예이다. 수직 결합은 한 사업단위의 산출물이 다른 사업의 생산요소로서 사용되어 두 사업단위를 모두 소유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비디오 스트리밍 사업의 생산요소가 되어 두 사업을 모두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디즈니는 전략적으로 수평 다각화와 수직 결합을 그 어떤 기업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하였다. 먼저 수평 다각화를 위해 Pixar와 협업을 하다 74억 달러에 인수를 한다. 이어서 2009년에는 마블을 40달러에 인수를 하면서 마블 콘텐츠를 모두 소유하게 되었다. 2012년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여 '스타워즈' 시리즈의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게 되면서 사업적 흥행에 성공하게 되었다.
수직 다각화를 통해 월트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는 영화사, 공연사, 음반사에 콘텐츠를 다각화하여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사에는 월트 디즈니 픽쳐스, 터치스톤 픽쳐스, 미라맥스 필름에 영화를 배급하고 동시에 음악 사업인 월트 디즈니 레코드, 할리우드 레코드 등을 통해 영화 사운드 트랙을 다각화하여 제작하고 유통하고 있다.
수평적 수직적 다각화 전략은 충분히 사업적으로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1)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었고 2) 사업적 위험을 분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였다. 그랬던 디즈니가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회사인 'Pixar'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디지털 애니메이션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가 무궁무진한 '마블'을 인수하게 되면서 '권선징악'의 뻔한 캐릭터가 아닌 풍부하고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을 자랑할 수 있게 된다.
마블의 인수는 사업적 위험을 분산하는데도 한몫을 하게 된다. 디즈니의 캐릭터는 유아동기의 어린이들이 주로 접할법한 귀엽고 착한 캐릭터들이 대다수였다. 나쁜 캐릭터는 그에 따른 벌을 받고 착한 캐릭터가 사랑을 받는 스토리 역시 일반적이었다. 반면 '마블'의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어둡고 폭력이 난무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기보단 현실적인 세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이질적인 콘텐츠를 인수하면서 콘텐츠를 기존의 '디즈니'스럽게 탈바꿈하기보단 그동안 만들어온 이미지는 그대로 고수하면서 더 다채로운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갔다. 유아동기의 뻔한 스토리에서 콘텐츠 소비가 끝날 수 있을법하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게 되면서 청소년, 성인이 돼서도 계속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디즈니가 흡수하지 못하였던 젊은 남성 팬층도 함께 확보하게 되었다. 마블을 인수하면서 고전적인 콘텐츠만 추구하였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분산하게 된 셈이다.
신의 한 수였던 ABC & ESPN 인수
특히 디즈니의 ABC & ESPN 인수는 디즈니의 '신의 시너지를 내는데 큰 의미가 있는 전략이었다. ABC 방송은 전 세계를 연결하는 방송사이기에 콘텐츠를 전파라는데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당시 디즈니를 책임지는 CEO인 아이거(Iger)는 앞으로 콘텐츠 소비는 '영화관'보다 '집'에서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 디즈니에겐 콘텐츠가 있었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집'에서의 경험만 만들어주면 되었다. 결국 콘텐츠 소비의 파이프라인으로 'ABC & ESPN'을 인수하게 되었고 인수를 통해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만들게 되었다.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인수로 인해 디즈니는 영화, 케이블, TV 방송, 전화라는 콘텐츠를 보낼 수 있는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모두 확보하게 되었고 이미 기존에 갖고 있는 콘텐츠와도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기업이 사업을 다각화한다고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 사업 다각화, 특히 타 기업 인수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분명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기존에 잘하고 있는 사업의 주춧돌을 장악하면서 다각화를 한다면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 디즈니의 사업 다각화와 과감한 인수 결단력을 보면서 왜 이렇게 오랫동안 영속할 수 있는지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마침 다음 주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춰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 상륙한다고 한다. 알짜배기 콘텐츠를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어렸을 적 나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유일한 회사였다면 지금은 '가슴'으로도 '머리'로도 어마어마한 포트폴리오와 콘텐츠로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내 어린 시절을 함께한 회사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성장을 해나가길 바라는 회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