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동생과 기획서를 같이 작성하고 있다. 서비스 기획이 아닌 웹을 업그레이드하는 기획 문서를 작성하던 중 갑자기 퍼소나가 나왔다. 기획서의 첫 화면부터 퍼소나 자료를 넣은 동생에게 왜 이렇게 생각했냐고 물어보니 사용자 리서치 결과라는 이야기를 했다. 서로 깔깔 웃으면서 알고 보면 참 쉬운 내용들인데 용어의 생소함 때문에 기획서에 정확한 단어를 매칭 하기가 어려운 경우들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다시 한번 되짚어 공부할 겸 사용자 리서치와 퍼소나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정리를 해보았다.
사용자 조사가 퍼소나랑 다른 점
상품이나 서비스를 새롭게 제안하고 만들 땐 뭔가 설득하는 이유가 있다. 무엇이 불편해서 만든다거나, 그동안 이런 점들이 아쉬웠다는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대게 초기엔 이런 문제의 씨앗, 불편함의 씨앗에서부터 출발을 한다. 어찌 보면 위대한 발명품이나 혁신은 '불편함'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파헤친 것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문제점이나 사람들의 아쉬운 부분을 찾기 위해 많은 기획자라 리서쳐들은 조사를 한다. 그게 바로 사용자 조사이다. 설문조사나 인터뷰 모두 사용자 조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기획 중 초기 단계에서는 업계에 대한 조사를 하거나 이렇게 사용자 조사를 진행한다.
사용자 조사를 한 뒤 데이터를 정리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동일한 행동을 묶어 특징을 파악하는 Affinity Diagram이나 Customer Journey Map 그리고 퍼소나와 같은 것들이다. 그러니까 퍼소나는 사용자 조사를 한 다음 만드는 것이다. 퍼소나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앨런 쿠퍼(Alan Cooper)'의 프로젝트 소개 때문이다. 한 프로젝트에 도입해 1995년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자 디자인 도구로 활용하면서 '퍼소나' 방법론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퍼소나를 만드는 이유
우리가 막연히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면 만드는 사람 즉 생산자, 공급자 입장에서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계속 생각을 해야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 관계자와 보다 원활히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퍼소나를 만든다.
앨런 쿠퍼에 따르면 퍼소나는 '동일한 목표에 따른 동일한 행동 패턴을 가지는 사용자 그룹의 모델'을 의미한다. 즉 퍼소나는 사용자 조사를 통해 발견한 행동, 니즈, 행동을 하는 유형 등을 근거로서 만들어지는 유형 군이다. 그렇기에 하나의 퍼소나 제작은 곧 80%의 사용자 니즈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퍼소나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좀 더 구체적으로 사용자를 알 수 있기에 퍼소나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퍼소나를 사용하는 장점
그렇다면 퍼소나를 사용할 때 어떤 장점들이 있을까?
1) 데이터를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음
고객에 대해서 수많은 데이터들이 나타난다. 자이, 직업, 취미, 사용 패턴 등 다양한 고객 데이터들이 추출되는데 이를 '퍼소나'라는 하나의 인격화가 되어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된다. 60대를 위한 지팡이를 만들 때와, 64세 평택시에서 아침 7시에 일어나 오후 3시까지 벼농사를 지으시는 김복자 할머니를 위한 지팡이를 만들 때는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가상의 김복자 할머니가 입은 옷, 신발, 얼굴 표정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면 서비스나 상품을 기획할 때 개발자나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 같은 타깃 대상을 바라볼 수 있다.
2)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됨
가상의 김복자 할머니를 설정하였다면 자연스럽게 김복자 할머니가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들과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아무래도 좀 더 타깃 대상이 익숙한 서비스나 솔루션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됩니다. 심층적인 타깃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퍼소나를 작성하는 법
그래서 퍼소나를 작성할 때는 퍼소나의 눈높이에서 표현을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계속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다. '과연 우리의 퍼소나는 이 기능을 정말 좋아하는 게 맞을까?', '우리의 퍼소나는 해당 서비스를 정말 필요로 할까? 이렇게 반문해 보는 것들이 필요하다. 그럼 막연한 타깃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타깃이 머릿속에 공감대를 형성해 정말 필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될 수 있다.
더불어 퍼소나로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는 작업 역시 무척 중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상 인물들이 새로운 기획물로 나중에 어떤 식으로 활용해 볼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 미래 좀 더 편하게, 유익하게 활용되기 위한 모습을 떠올리면서 퍼소나를 그리게 된다면 이 서비스의 효익을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
마침 나도 다시 공부를 할 겸 전공 서적을 뒤적이며 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퍼소나에 대해 다루어 보았다. 언제부터인가 기획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퍼소나 방법론을 많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끔 용어의 혼란 때문에 퍼소나와 사용자 리서치와 혼용하여 사용하거나 형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보면 용어가 혼란스러운 이유는 퍼소나를 만들었을 때 주는 효익이 별로 없거나 못 느껴서 발생하는 문제와 연결된다고도 함께 생각한다. 왜 퍼소나가 필요한지를 알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 상품을 개발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단 거창한 서비스, IT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퍼소나를 잡는 연습은 필요하다. 나도 요즘 부모님의 사업을 알리는 글을 종종 쓰고 있는데 역시 낯선 분야라 그런지 계속 내 위주로 글을 쓰게 된다. 그러면서 퍼소나를 한번 작성해 보았는데 글도 퍼소나를 잡을 때와 잡지 않을 때 쓰는 글은 천지 차이임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계속 바라보고 생각하기에 여러 도구를 통해 의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쉽지는 않지만 오늘도 내일도 계속 꾸준하게 서비스를 사용하려는 사람, 내가 만든 무언가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을 지속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