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월
연말을 향해 가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올초에 세운 1년 계획과 자기 역사를 쓰면서 그려봤던 10년 후 미래. 뒤져보지 않으면 기억이 잘 안나는 목표들이지만 말이다.
한동안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즐전세세333“이라는 문구를 박아놨었다.
즐겁게,
전문성을 가지고,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꾸자,
수입원 3개,
연소득 3억,
일은 깨어있는 시간의 30%만
이라는 나름의 지향점을 축약한 문구이다. 잊지 않기 위해 줄임말로 만들고 핸드폰에도 박아놨었는데, 즐전세세333 이라는 단어 자체가 기억이 안 나니 입맛이 쓰다. 다시 보니, 대체 무슨 배짱으로 3억이며(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30%만 일한다는 건 달성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냥 3이라는 숫자를 반복하고 싶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내가 원했던 지향점은 분명하고 지금도 유효하다.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또는 멈춰서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고 내가 어디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확인할 때는 항상 꺼내어 본다. 등산지도처럼.
즐거움,
전문성,
배움,
사회에 대한 기여,
경제적/시간적 자유.
사실 행복한지만 따지면, 주말에 수영장에 가서 자유형 뺑뺑이를 돌 때 가장 행복하다.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하는 말이 머릿속에서 울린다. 평영 발차기와 웨이브가 잘 먹히면, 그래서 몸이 잘 떠오르고 물속에서 내 몸이 잘 놀면, 또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 한다.
수영 뺑뺑이는 나를 행복하게 하므로 중요하다.
거창하고 때론 막연해 보이는 지향은 나를 나아가게 하므로 중요하다.
둘 다 소홀히 하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