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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8.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나요?

by Jee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입니다.


16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몇 초 동안,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는 광고화면을 보고 있었어요. 땡! 하고 1층에 도착하는 순간 ‘000 하는 000 한번 해보세요!’라는 광고한 줄이 떴어요.


‘오, 저거 재밌겠는데? 잘할 수 있을 것도 같고!’


라는 드물고도 꽤 강렬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그냥 ’ 저거 괜찮겠네 ‘ 수준이 아니라, ’확실히 잘 재밌게 할 수 있겠다.‘ 는 수준이요. 아… 그걸 메모를 해놨어야 되는데 … 도저히 기억이 안 나요. 뭔가 단단하고… 몸으로 하는 일이었던 것 같은데… 진짜 생각이 안 납니다.

원통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20대 때 고민해 봤던 다른 직업의 목록에는 건축가와 조각가가 있습니다. 둘 다 나무, 석재, 금속 등을 이용해서 집이나 형상을 만들어 낸다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건축은 어떤 식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의 행동, 생각, 느낌과 기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멋졌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공간 안에 시간이 쌓이고 흔적과 기억이 쌓여서, 그 나름의 개성이 있는 존재가 되는 거니까, 마치 오랫동안 살고 있는 생명체를 다룬다는 경외심도 느꼈습니다.

만들어보고 싶은 공간에 대해 동생이랑 종종 얘기했었습니다. 저는 움푹 들어가는 벽감을 만들고 창문을 낸 후 책상이나 넓은 창턱을 놓아 집중이나 휴식할 수 있게 하는 루이스 칸의 공간도 좋았고, 숲 속 돌 덩어리와 폭포 위에 집을 얹어 놓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에도 매료되었습니다. 동생은 단차가 많고 복잡한 플로어에 대해 한동안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하나의 큰 덩어리 공간에 다양한 단차를 둬서 거실, 침실, 서재들을 구분하는 거죠. 마치 우리 마음속의 공간을 실제로 구현하려고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조각도 비슷합니다. 나무, 돌, 금속 안에 잠들어있는 가능성을 형상으로 꺼내잖아요. 고대의 생명을 잉태하는 느낌이지요. 조각가의 마음속에 잉태되어, 물질의 형태를 빌어 태어난 형상. 솔직히 조각가의 세계에 대해서는 거의 잘 모르겠네요. 조각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집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잃어버린 영감이 언젠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도합니다. 건축가나 조각가보다 더 딱 나에게 맞는 거였거든요.




나의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꾸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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