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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Mar 30. 2021

1900년대 사람


방학이라 돌봄교실이 한층 널널하던 1월. 2학년 준수는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나눗셈을 풀고 있다. 1학년 승민이는 대각선에 앉아서 혼자 종이접기를 하고 있다. 나는 커다랗고 높은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딴짓을 하고 있다. 오늘 교실에는 준수와 승민이랑 나밖에 없다. 준수는 혼자 열심히 문제를 풀다 말고 나를 빤히 보더니 말을 걸었다.


“선생님.”

“왜?”

“선생님은 1900년대 사람이죠?”


...!

나는 말문이 막혔다. 대답을 해야 하는데!  아슬아슬하게 1900년 끝자락에 태어났다는 변명을 준수에게 하고 싶지만 준수가 그런 걸 감안해 줄 것 같지 않다. 아직은 1900년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맞긴 한데 아직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면의 갈등에서 이기지 못하고 대답했다. 


“맞아. 선생님은 1900년대 사람이야…”

준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패배한 심정이었다.


“준수는 2000년대 아이구나” 내가 말했다.


준수는 매우 싸늘하고 단호한 눈빛으로 날 보았다. 


“아닌데요.”


준수는 손가락을 곱해서 계산을 했다.


“전 2012년 사람이에요.”


뒤에서 승민이가 “와…”하고 감탄했다. “나는 아직 몰라.” 

승민이의 말에 준수가 돌아본다. "너는 나보다 한 살 어리잖아. 그러니까..." 

승민이는 자기 동생 얘기를 하고 준수는 자기 사촌 동생 얘기를 하고 이제 사람들의 연도는 점점 높아지기 시작한다. 2013,2015..! 

지난 세기의 사람인 나는 그냥 다시 컴퓨터로 눈을 돌렸다.


1900년대 사람과 2012년 사람과 2013년 사람이 한데 모여 있는 1월의 돌봄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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