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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Apr 15. 2021

성훈이 이빨 빠진 날.

성훈이가 간식을 먹다말고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저 이빨 빠졌어요!!"


마스크도 안 쓰고 입을 딱 벌린 채 나한테 뛰어온다.

아이들도 웅성거리면서 성훈이 주위로 모인다. 간식 먹느라 다들 맨 얼굴 그대로 한 마디씩 한다.

“헐, 대박.”

“나도 옛날에 여기 이빨이랑 저기 이빨이랑 빠졌는데….”

“야, 나 안 보여, 비켜 봐.”


애들은 자리로 보내고 성훈이 입을 살펴봤다. 아래 앞니 옆이 똑 빠져서 피가 고였다. 웃으면 안 되는데. 이걸로 성훈이는 앞니 네개 옆에 있는 이는 다 빠진 거다.

성훈이가 빠진 자리 보여준다고 ’히~’하고 웃으니까 애들도 따라서 자기 이를 보여주는데 구멍이 숭숭 나있다. 이제 보니 앞니 두 개 있는 애들이 많지 않다.


매일 마스크 쓴 모습만 보다 보니 안 보이는 부분은 내 상상대로 채워 넣었나 보다. 아이들 입 안이 이렇게 삐뚤빼뚤 제멋대로 자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작고 가지런한 이를 상상했으면 했지. 주원이가 매번 시간을 한참 들여 쌀과자를 빨아먹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아니, 선생님.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요?!”

내가 휴지에 성훈이의 조그만 이빨을 감싸서 주는 동안 성훈이는 놀란건지 신난건지 계속 떠든다. 빠진 자리에 솜을 껴주려니까 약상자에 솜이 없다. 같이 보건실에 갔다 오기로 했다. 가는 내내 ‘선생님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요?!’를 다섯 번 정도 말했다. 아프진 않은가보다.


“피 멈추면 다시 간식 먹어도 괜찮아요.” 보건실 선생님은 거즈 한뭉텅이를 성훈이 입 안에 넣어주며 말했다. 성훈이 마스크 위로 거즈 자국이 툭 튀어나온다.


“으으으으으!” 거즈를 물어도 성훈이는 쉴 새 없이 말 할 수 있다.

“응?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냐고?”

“으!(네)”


나는 피가 언제쯤 멈출지, 성훈이 집에 갈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따위를 생각하느라 바쁘다.

“으으으, 으으으으으으응!”

“뭐? 너 이거 피가 언제 멈출지 알고 있다고?”

“으!(네)”

“언제 멈추는데?”

“오으으!”

“오백년?!”

“오으으!!!”

“아, 오분.”

우리는 그런 대화를 하며 교실로 왔다.


“너 그거 이빨을 꼭 가져다 땅에 묻어야 해.”

교실에 가자 주원이가 성훈이한테 말했다.

“이빨을 땅 속에 꼬옥 묻어야 이빨 요정이 나타나서 이빨을 가져갈 수 있어. 그래야 그 날 밤에 이빨 요정이 니 방으로 가서 새 이빨을 만들어 줄 거야.” 주원이는 매우 진지하다. 이빨 빠지기의 전문가같다.

하지만 성훈이는 그새 내가 준 이빨을 잃어버렸다. “으으으으!(내 이빨 어디간거야!)”를 외치며 교실 바닥을 다 헤집고 다녔지만 결국 못 찾았다. 분명 잘 챙기라고 손에 쥐어줬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를 노릇이다.


“후, 이상하게 간질거려. 너 만져 볼래?” 거즈를 뺀 성훈이가 주원이에게 물었다.


“아니, 난 그 느낌 잘 알 거든.” 주원이는 새침하게 쌀과자를 핥았다.


성훈이는 결국 빠진 이를 못 찾은 채 집에 갔다. 어른은 모를, 아이들만 통달하고 있을 그 느낌. 오늘 밤 이빨 요정은 성훈이의 방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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