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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Mar 11. 2023

교실 네 반

이해를 위한 짧은 설명.


돌봄교실의 위치나 운영 방식은 학교마다 다르다. 나는 말단 직원으로 여러 반과 건물을 오고갔기 때문에 미리 이해를 돕기 위해 돌봄교실 반 별 구조와 운영 방식을 간단하게 설명해두는 게 좋겠다. 내가 일한 곳은 서울 북부에 있는 한 초등학교다. 이 학교는 구관과 신관으로 나뉜다. 워낙 여러 번 공사를 하다보니 구조가 복잡해서 나는 그만둘 때까지도 어디가 구관이고 신관이지 구분하지 못했다. 돌봄교실은 주차장 옆의 긴 이층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1층에는 돌봄 1반과 도서관이 있다. 2층에는 돌봄2반, 돌봄 3반, 방과후 연계형 교실이 있다. 2층 현관으로 죽 걸어나가면 초등학교 학급 교실과 이어지는 통로와 급식실이 나온다. 돌봄 1반은 전일제 돌봄 전담사가 맡고 있고, 돌봄 교실 운영 전반을 책임 관리한다. 돌봄1반의 선생님을 강 선생님이라고 부르자. 가명이다. 강 선생님은 대부분 오전 9시-5시까지 계신다. 돌봄 1반의 학생들은 저학년(1-2학년)이다. 강 선생님의 책상 옆에는 작은 주방이 있고, 종일 돌아가서 열이 식을 때가 없는 파쇄기도 주방에 있다. 2020-2021년에 1반에서 맡고 있는 학생 수는 스무 명 정도. 그러나 이건 명단에 있는 학생 목록이지 실제로 1반에 있는 아이들은 늘 다르다. 


2층에 있는 돌봄 2반과 돌봄 3반은 1반과 똑같은 저학년 반이다. 둘 다 스물-스무대여섯 명 정도의 아이들을 받는다(이 역시 학생 명단일 뿐 실제 반에 있는 아이들 수는 매번 다르다). 돌봄 1,2,3반은 저학년 아이들에게 맡게 인테리어가 잘 짜여 있다. 낮은 책상과 낮은 책장, 장난감을 둘 서랍장과 옷장 등. 편하게 놀 수 있도록 바닥에 매트도 깔려있다. 서랍장 문을 열면 베개와 이불이 있고, 보일러도 훈근하게 잘 돌아간다. 돌봄 1반 강 선생님은 예산 부족으로 늘 골머리를 앓지만 사실 돌봄1-3반의 교실 상태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난 그걸 방과후 연계형 교실에 드나들면서 알았다. 방과후 연계형 교실이 무엇이냐. 학기 중에 방과후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방과 후 수업이 없는 요일에는 돌봄 공백이 생긴다. 특정 요일에 달리 갈 곳이 없는 학생들(고학년)을 돌보기 위해 만들어진게 방과후 연계형 교실이다. 물론 이러한 방과후 연계형 교실의 취지는 한참 뒤에 강 선생님을 인터뷰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처음 방과후 연계형 교실에 갔을 때 아무도 그게 뭐하는 교실인지, 어떤 취지인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나는 단순히 그 교실이 고학년 학생들의 돌봄 교실인 줄 알았다. 연계형 교실에는 스물 대여섯 명의 고학년(3-5학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학년은 돌봄 1-3반에 등록하면 되므로 방과후 연계형에 등록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돌봄 교실은 저학년만 신청할 수 있느냐하면 그건 아니다. 하지만 저학년에 우선 순위가 주어진다. 그리고 저학년만으로도 돌봄 1-3반은 인원 초과다. 저학년의 대기 인원도 길다. 


그렇다고 2학년까지 돌봄 교실을 이용하던 학생이 3학년이 됐다고 마법처럼 돌봄이 필요없어 지지는 않는다. 학부모들의 요구에 땜빵을 하듯 만들어낸 게 방과후 연계형 교실이다. 이는 교육청의 지원이 아니라 구청 혹은 지자체의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초등 돌봄 교실이 이러한 고학년 연계형 교실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한 개라도 신청해야지 연계형 교실에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매년 연계형 교실의 신청 인원도 서른 대여섯 명을 금방 넘긴다. 누구를 받고 누구를 받지 않을 것인가. 두 개 학년을 세 반으로 나눠 분배하는 돌봄 1-3반과 달리 연계형 교실은 세 개 학년을 한 반에 몰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훨씬 좁은 문이다. 


방과후 연계형 교실은 2층의 가장 끝에 자리잡고 있다. 내가 학교 다닐때 밟았던 삐걱이는 나무 바닥과 살구색 책걸상을 똑같이 쓰고 있다. 사물함 모양까지 2000년대의 초등 4-5반 정도 떠올리면 딱 어울릴 법한 교실이다. 책장에는 오래된 책들이 꽂혀 있다. 아이들은 문 뒤편에 놓여 있는 체육 매트나 빗자루를 가지고 논다. 낡은 보드게임 몇 개가 서랍장 위에 있다. 돌봄 1-3반과 방과후 연계형 교실의 모습이 이렇게 차이나는 건 교육청의 지원을 받는 돌봄교실과 달리 연계형 교실이 구청 소속이기 때문이다. 연계형 교실 선생님(그를 김 선생님이라고 하자) 역시 구청 소속이다. 구청은 한 초등학교의 연계형 교실을 챙기는 것 말고 할 일이 아주 많기 때문에 사실 매년 일정한 양의 지원금을 주는 게 구청이 연계형 교실에게 하는 전부다. 교육부가 책임지는 돌봄 교실이 그나마 따뜻한 밥이라면 연계형 교실은 찬밥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너무 많은 걸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 이 정도로만 알아 둬도 충분할 것 같다. 돌봄 교실은 저학년, 연계형 교실은 고학년. 따뜻한 밥과 찬 밥.  


사실 내가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돌봄교실의, 아니 돌봄 교실이 있는 그 2층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많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복작거리는데도 제대로 된 업무 지침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었으니까. ‘원칙적으로’의 정 반대로 하는 것이, 그 세 반이 굴러가는 방법이었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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