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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범 May 06. 2024

메디아 루나 - 살리다 9

업무가 남아 있음에도 일들을 뒤로 한채 강습실로 향했다. 금요일 저녁 홍대는 사람으로 가득 차 가만히 있어도 기가 빨리는 듯했다. 복잡한 인파를 뚫고 강습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횡단보도를 건너 강습실에 가까워질수록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서두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할 것 같았다.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일곱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조급한 사람이었던가 생각을 해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며 생각을 지웠다. 바쁘게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강습실이 있는 빌딩의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지하로 향했다. 아직 사람이 많지 않은지 불이 온전히 켜져 있지 않았다. 너무 일찍 왔기에 어쩌면 사람이 없을 수도 있었다. 혹시나 사람이 없을까 걱정이 됐지만 희미하게 아래에서부터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을 따라 어딘가 서글픈 멜로디가 귓가를 흔들었다. 마치 수줍은 마음을 고백하는 듯한 서글픈 선율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쓸쓸하게 했다. 분명 따뜻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였지만 내게는 슬프게 느껴졌다. 지하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집중하며 천천히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문 앞에 서자 그 소리는 더 강렬하게 들려왔다. 누군가가 이 어딘지 모르게 슬픈 선율을 연주 중이었다. 조심히 문을 열자 한 남자가 플로어 중앙에서 등을 보인 채로 악기를 연주 중이었다. 그 악기는 마치 아코디언처럼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니 울고 있었다. 그 노래를 연주하고 있는 그도 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정도로 소리가 마음을 울렸다.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줄이며 그에게 다가갔다.


절반쯤 다가갔을까 갑자기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는 연주를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의 고개가 움직이자 단발의 머리가 찰랑거렸다. 플로어 중앙에서 연주를 하던 것은 선생님인 밀러였다. 밀러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일찍 오셨네요, 데이빗 님."

해맑게만 느껴졌던 그의 미소가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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