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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범 Jun 16. 2024

메디아 루나 - 오쵸 1

오쵸(Ocho) - 벗어난 줄 알았지만 결국 그 자리였다. 무한히 반복되는 그 굴레에서 우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하나 사실 그 시간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았다.  각자의 마음에 따라 그 밀도와 속도가 달랐으니까. 피하고 싶은 일일수록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렇게 피하고만 싶던 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침부터 쨍한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거울 앞에 보이는 모습이 오늘따라 추레하고 못나 보였다. 헝클어진 머리가 정리되지 않아 지저분했고, 애매한 기장이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얼굴 곳곳에 난 트러블이 관리하지 않는 사람 같아 보였고, 어딘가 실연당해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중요한 미팅이었기에 최대한 머리를 정리하고, 얼굴에 패치를 붙이는 등 노력했다. 적어도 후져 보이고 싶진 않았다. 렇게 바라지 않는 시간이 찾아왔다.


약속대로 안국역에서 그들을 만났다. 그들이 자주 모임을 하는 장소가 있다며 그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들을 따라 북촌을 걸었다. 익숙한 거리가 눈에 띄었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청와대 건물이 나왔고, 이 근처에는 추억이 있는 전시가 있었다. 추억을 쌓던 거리가 상처가 되어 흔적이 될 걸 누가 알았을까. 맨 뒤에 서서 걸으면서도 그들의 눈치가 보였다. 조금 걷다 보니 북촌의 안쪽 조용한 카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인터뷰를 준비했다. 녹음기를 켜고 노트북을 꺼내는데 김수호 신부가 말을 걸었다. 


"어떻게 지냈어요? 그래도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갑네요."

여전한 김수호 신부의 인자한 모습에 순간 울컥했지만, 티 내고 싶지 않아 마음을 가다듬었다.


"저야 뭐 열심히 살고 있죠. 이제야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는 기분이에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재밌지만 정말 인연이란 게 있나 봅니다.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되고 신기하네요. 이것도 주님의 뜻이겠죠."


"그러게요. 만날 사람은 만난다더니 그게 신부님 하고 제 이야기였나 봅니다. 저 잠시만, 몇 가지만 더 준비해서 이야기 나누시죠."

아이스 브레이킹 같은 그의 사담을 잠시 중단시키고 본업을 위해 준비했다. 준비하는 동안 그들은 그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준비하고 있는 이벤트가 있는 모양이었다. 뭐가 그렇게 즐겁고 신나는지 그들은 이야기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김수호 신부 옆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빨리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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