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요가원
여행 요가는 오랜 꿈 중 하나였다. 리조트 해변에서 바다를 보며 하는 야외 요가.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하게 된 첫 여행 요가는 아름답다기보다는 땀 냄새나는 '운동'이었다.
원래 우도를 가려고 했던 날. 비바람으로 우도를 포기하고 섭지코지와 티클래스를 다녀왔다. 저녁엔 뭘 할까. 카페에서 글을 쓰며 고민하다가 충동적으로 요가 원데이 클래스를 예약했다.
그럭저럭 논리적인 결정이었다. 비가 오니 야외 관광지는 부담스러웠고 사흘 째 운동을 안 해 몸이 찌뿌둥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보다 요가 원데이 클래스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정규 수업에 끼어들어가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운동복은 넉넉히 챙겨 왔기에 검정 조거팬츠에 퀵드라이 반팔티를 입고 요가원으로 향했다.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그리운 향이 코를 간질였다. 이전에 6개월 정도 요가를 배운 적이 있다. 시간이 맞지 않아 그만둬야 했지만, 요가원 특유의 인센스 향과 잔잔한 분위기를 참 좋아했다. 근력과 유연성을 두루 쓰는 운동 스타일도 마음에 들어 꽤 열심히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런 공간에 몇 달 만에 다시 들어오니 내가 요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비용은 좀 들었지만,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매트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의외로 원데이 수강생은 나 하나였다. 나머지는 모두 레깅스 요가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 정규 수련생이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늘리고 찢고 회전시키는 동작을 이어갔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몸을 풀었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니 아프지만 시원했다.
그런데 점점 난이도가 심상치 않아 졌다. 한계를 시험하는 이완 동작을 지나 숨 가쁜 빈야사 시퀀스가 이어졌다. 주위에서 하나둘씩 선생님의 리드를 따라 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절반 가까이가 혼자서 머리서기를 할 수 있었다. 나는 반년을 다녀도 절대 혼자서는 못 했는데.
심지어 머리서기 자세에서 그대로 뒤로 넘어가 후굴로 착지하는, 고난도 드롭백 동작까지 해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입을 떡 벌리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기진맥진해 사바아사나(바로 눕기) 자세를 취한 후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본격적인 고난이도 수업이었다. 물론 내 실력이 경력에 비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회원들의 수준이 상당했다.
수업을 마치고 나니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원데이 클래스라고 가벼울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이전에 다녔던 것보다 더 힘들 줄은 몰랐다. 원래 스트레칭만 하는 수업보단 몸을 움직이고 근육을 쓰는, '운동했다'는 느낌이 드는 수업을 더 좋아하기에 힘들었지만 만족스러웠다. 근육이 쑤셔야 제대로 운동한 느낌이 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고등어 회를 포장해 혼술을 했다. 땀을 쫙 뺀 후라 그런지 회가 더 고소하게 느껴졌다. 몸이 지끈지끈, 기분 좋은 근육통이 울렸다.
이날 밤은 정말이지 푹 잤다. 비록 다음 날은 어깨를 강타하는 지연성 근육통으로 고생해야 했지만.
요가는 좋다. 무엇보다 운동이 되고, 마지막 사바아사나 시간에는 온갖 잡념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이완할 수 있다. 어려운 동작을 해내려 애쓰다 보면 내 몸의 불균형이나 틀어짐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던 몸의 곳곳을 느끼는, 일종의 육체적 명상이다.
이후 여행의 끝자락에 다른 요가 클래스를 한번 더 갔다. 이때는 체형 교정과 밸런스에 초점을 둔 수업이었다. 고수의 아우라가 풍기는 요가원 선생님은 한 번의 수업 만으로 골반의 전방경사와 허리 틀어짐을 바로 알아보셨다. 하루 보고 말 사이인데도 허리에 도움이 되는 교정 운동까지 가르쳐주셨다.
제주도의 티클래스가 정신과 만나는 시간이었다면, 요가 클래스는 몸과 만나는 시간이었다. 그것도 구석구석, 아주 면밀하게.
만약 누구든 제주도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요가 원데이 클래스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요가를 해 본 적이 없어도 괜찮다. 할 수 있는 만큼만 따라가면 된다. 굳어있던 힘줄을 쭉 펴고 새로운 근육을 사용하는 경험은 나도 몰랐던 내 몸의 감각, 균형과 불균형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여행 중 기분 좋은 환기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대로 요가에 푹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여행은 종종 그렇게 새로운 열정을 남긴다.
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기는 계속됩니다. 구독해 두시면 다음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