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나에게도 있었다.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비정상적인 구석이 있거나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
하루 빨리 이 세상을 뜨고 싶을 정도일 때 찾는 것인 줄 알았다.
나의 내면은 줄곧 불안에 떨고 있지만 '이 정도면 견딜 만 한데? 겨우 이런 걸로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힘든 일이 겹치면서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취약한 구석을 건드렸을 때 폭발한 감정이 돌이킬 수 없이 극단적인 선택(죽음 아님 퇴사임)을 강요하고 있었다.
시속 180km미터의 속도로 나를 몰아갔다.
잘못하다가 어디에 부딪치면 나는 산산조각 날 것이다.
직장에서 발걸음 소리조차도 거슬릴 정도로 너무 힘들게 하는 사람 때문에 정신이 이 지경이 됐다고
증거를 만들기 위해 등록한 상담이었다.
질병 휴직이라도 내려면 병원 진단서든 뭐든 있어야할테니.
처음에는 단지 그 이유였다.
- 상담 30분 전.
너무 일찍 도착해서 근처에 카페가 있나 둘러보았다.
다행히 앉을 곳이 있다.
30분 뒤면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말들을 꺼내 놓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긴장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카페인이 아닌 음료를 골랐다.
캐모마일 무슨 티.
계단 위 구석에 자리 잡고 앉으니 카페 직원의 옆 모습이 정면으로 보였다.
'여기 앉으면 직원이 얼마나 불편할까. 농땡이도 못 부리고.(이미 내가 먼저 불편함)'하는 생각에 입구 근처에 기둥에 가려 보이지 않는 직원 사각지대로 옮겼다.
이렇게 까지 과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궁금해졌다.
-
사실 이번 상담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할 말을 주르륵 적은 글을 출력해서 보여드릴까 하다가
상담을 먼저 경험해본 친구가 키워드만 뽑아가라고 해서
"그렇지. 좀 유난인가?" 싶은 장문의 글은 메모장에만 넣어두었다.
- 상담 10분 전.
준비한 키워드를 다시 한번 보며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정리했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들에 관하여 요목조목 말할 것이다.
어릴 적부터 함께 한 불안, 직장에 대한 회의감, 육아의 고단함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 상담 5분 전.
거리로 나와서 미로처럼 생긴 골목을 지나 상담센터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