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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세금쟁이 Sep 05. 2023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이유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아빠는 툭하면 엄마를 무시했다.

하물며 자신의 두 딸이 결혼하여 사위와 손녀를 데리고 밥을 먹는 자리에서도 은근히 엄마를 무시하는 버릇은 여전했다.


'엄마는 집에서 가만히 놀잖아. 애 맡길 데 없으면 할 일 없는 엄마한테 맡겨.'


그 소리를 듣고도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에 대해 아무 소리 못하는 엄마였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아빠가 생각하는 전업주부란 집에서 놀기만 하고 힘든 일이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


엉덩이 붙일 새가 없이 가사노동을 하면서도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냥 돈 못 버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대접을 받고도 엄마는 '그래도 돈은 잘 벌어오잖아.'라고 했다.



만약 저런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이혼하고 싶을 때 못하는 이유가 경제적인 이유라면 그건 죽기보다 싫었다.



'나는 평생 내 스스로 벌어먹어야겠다.'



빨리 집에서 독립하기 위해 학창시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였다.


그냥 닥치는 대로 다 외웠던 것 같다.


중, 고등학교 때 까지는 그게 통했다. 수능보다 내신을 더 잘 받아 대학에 갔다.


도서관이 좋아서 사서가 되고 싶었지만 돈을 못 번다고 해서 경영학과에 갔다.


수년간 내신에만 매달려온 덕분에 좁은 시야에 갇혀버린 채 대학이라는 자율적인 에 떨어지자 도대체 뭘 해야할 지를 몰랐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각종 대외활동은 두려움 그 자체.


그래도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는 건 자신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문직 아니면 공무원에 눈길이 갔다.

 

그렇게 수년간 준비해 온 전문직 시험에

3번째 떨어졌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공부해선 절대 합격할 수 없다는 걸. 전문직 시험 내용은 내 머리론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달달 외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흡수되지 못한 채 튕겨나간 활자들. 불합격일 수 밖에.


 이상은 안 되겠다.

달달 외우면 합격할 것 같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볼까.


'아, 맞다. 내 어릴 적 꿈은 현모양처였지!'


훗날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최소 2년은 오로지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막연한 의무감이 있었다. 육아휴직을 하고서도 복직할 수 있는 평생 직업이 바로 공무원아니겠는가.


사실 이면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불안했던 학창시절을 보냈기에 경제적으로 안정된 환경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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