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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욱 May 17. 2019

부정적인 감정에서 자유롭기 위하여.

감정의 회복탄력성을 위한 체크리스트.

위협, 실패, 두려움, 비웃음… 부정성은 긍정성보다 빠르게, 강하게 학습된다. 정교하게 조율된 생존 계산기인 두뇌는 위협을 피하는 것에 우선권을 두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이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는, 막연한 두려움에 삶이 움츠러드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각과, 그 감각을 불러온 행동은 조건화된다. 그 행동을 다시 반복하지 않게된다. 우리의 두뇌는 부정적인 정보와 자극에 더 민감하기에, 자칫하면 두려움에 삶이 잠식당하기도 한다.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은 그의 강연과 저서에서 끊임없이 강조한다. 기업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힘이라고. 가능성을 짓누르는 것은 두려움이다. 실패와 비웃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두려움은 시도를 막는다. 창조를 가로막는 첫 번째 장벽이다.


지금의 공교육은 공장 노동자를 양성하기 위해 디자인된 운영체제이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은 다른 생각, 새로운 시도를 인정하거나 용납하지 않는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성장한 우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뿌리 깊고 막연한 두려움이 심어져 있다. 이 것이 우리가 공통적으로 처한 난점이지 않은가?


공교육에서는 스스로 판단할 여지가 없다. 누군가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또한, 각자의 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열등하거나 뛰어난 순위만이 있을 뿐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제한하는 사고의 습관이 내면화된다. 그리고 이러한 움츠러든 사고방식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흔치 않다. 공교육이 공평하게 남긴 트라우마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창조적 기업가들의 역할을 고대한다. 만약 이들이 두려움에 움츠려들어 있다면. 낡은 교육에 의해 짜인 사고에 틀에 갖혀있다면.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이다. 막연한 두려움을 뛰어넘어, 창조적이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이 남긴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새로운 사고를 구축하는 보다 나은 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공교육에 대한 순응과는 반대되는. 조직적이고 건설적인 모든 것에 대한 반항감. 이 또한 두려움의 다른 표현법일 것이다. 두려움에 대한 신체의 반응은 투쟁, 혹은 도피이다. 반항감 또한 두려움에 의해 제한된 정신의 한 양태이다.


만약 부정적인 감정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상황과 문제를 더 명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판단을 행동에 옮기는 것도 더 쉬울 것이다.


어떻게 부정적인 감정에서 자유로워질 것인가. 어떻게 두려움을 담대하고 진취적인 용기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근본적인 숙제 중 하나일 수 있다.



고전 심리학적 접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간결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신체적 증상, 두드러지는 강박적 성향 등으로 나타나는 정신적 병증이 있다. 보통 환자는 자신의 겪는 불편의 원인을 모른다. 이는 성장하며 겪은, 무의식에 각인된 신체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분석가는 그 사람의 언어 사용 패턴을 통해 무의식의 문법, 트라우마의 구조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가중되고 있던 정신의 복잡성, 혼란을 정돈된 언어로 발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는 자신을 짓누르던 병증의 원인을 드디어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분명한 효용과 함께 한계를 내포한다. 콤플렉스, 즉 심리에 가중되는 복잡성은 증상의 원인이다. 이러한 콤플렉스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면 복잡성은 한결 줄어든다. 또한 이 증상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원인을 모른 채 시달리던 상황보단 분명 한걸음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접근법이 언어의 표면에 머무른다는 것은 분명한 한계이다. 감정은 신체의 영역이다. 이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부정적 연관을 주는 자극/기억과 신체의 조건화를 와해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언어로 정의된 문제는 새로운 증상의 양태로 변용될 가능성 또한 있다.


즉, 문제의 진단이 정확했다 하더라도, 이 인지된 문제를 감당해내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몫인 것이다. 기존의 잘못된 회로를 와해하고, 새로운 두뇌의 회로를 구축해내는 일이 남는다.


칼 융의 이론은, 성장의 서사를 통해 이를 극복하는 길을 제시한다. 마치 음과 양처럼. 가능성을 지닌 개인은, 동시에 통합되지 않은 어두움 또한 함께 지닌다. 성장은 이 어두움을 마주하고 통합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세계관이 무너지고, 주인공은 시련을 겪는다. 이 과정을 겪어낸 개인은 어두움과 가능성을 통합해내고, 실재하는 개인으로. 한 사람의 온전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이는 모든 영웅서사의 뼈대가 되기도 한다. 인간의 힘과 가능성을 긍정하는 생각이다.



대조적인 두 고전 심리학 거장의 의견의 교집합을 추려내자면.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정적인 감정의 실체가 인지될 필요가 있다. 시작점에서, 부정적인 감정은 보통 인식되지 않는다. 공포를 회피하려는 것이 정신의 기본적인 동작법이기 때문이다. 인식되지 않은 원인은 다른 정신의 영역에 하중을 가한다. 불안,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 분노, 고립으로 나타난다.


중독은 이에 대응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된 증상이다. 약물, 행동, 관계. 모든 중독은 트라우마가 실존에 주는 불안감을 회피하려는 노력이다. 사고방식에도 중독될 수 있다. 안심을 주는 어떠한 편견, 위안을 주는 근거 없는 믿음. 판단을 흐리고, 발전을 가로막는다.



해결책은?


정답은 있다. 하지만 해내기가 어려울 뿐이다.


인지된 문제. 낡고 병든 정신의 동작 방식.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정신의 회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과거의 동작 방식이 스스로에게 불합리하게 느껴지고, 새로운 동작 방식이 더욱 옳은 것으로 느껴질 때. 또한 자연스럽게 느껴질 때. 우리는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롭게 거듭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옭아매던 부정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믿음보다, 자신이 만들어나갈 새로운 미래에 대한 믿음이 더 커야 한다.


융 심리학을 기반으로, 청년들에게 성장의 길을 제시하며 유튜브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지성인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조던 피터슨 박사. 그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으로 자신의 방을 정리하는 것을 제시한다. 살아지는 대로 살던 과거에서, 스스로의 목적과 의지가 결정하는 것을,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해보자는 말이다. 더 나아가, 하나하나 자신의 의지로 삶의 책임을 다하는 것만이, 고통으로 가득 찬 혼란스러운 삶에서 벗어나는 바른 길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신을 두렵게 만들어 피해오던 것에 스스로 용기를 내서 마주해, 책임감과 함께 나아가는 길. 과거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것.


바른 길이며, 돌아가지 않는 곧은 길일 것이다.



신체적 접근.


부정적인 사건에서 감정적인 반응을 분리해내는 것은 꿈의 고유한 기능이다. 깊은 잠을 자며 충분한 꿈을 꾸는 것은,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가장 중요하고 근원적인 요인일 수 있다. 하지만, 잠이 모든 부정적 감정을 해소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세로토닌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준다. 만약, 세로토닌이 부족하다면, 부정적인 감정에 훨씬 취약하며, 중독이나 강박증상도 심해진다. 세로토닌은 90%가 장에서 만들어진다. 장의 건강을 돌보는 것은 정서에 매우 중요하다.


제2의 두뇌 : 장의 기능을 회복하는 법.


신체에 충분한 에너지가 있는 것도 중요하다. 감정은 신체의 상태를 반영한다. 지금의 상태에 비추어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은 인간 두뇌의 동작 방식이다. 신체에 에너지가 부족하면,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이 반복될 가능성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미래에 다가올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줄어든다.


적절한 운동, 영양, 휴식에서 비롯된 신체의 충분한 에너지는 긍정성의 근간이 된다. 과거와 같은 일이 일어나도, 미래에 힘든 일이 있을 거라 예상되어도.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현재의 체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마음을 통한 접근.


사실 올바른 태도, 건강한 몸이 갖춰진다면 무엇이든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스스로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관찰하는 주의 깊은 마음이 있다면 멈추지 않고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의 근원을 따져, 모순이나 복잡성을 해소해나가는 것은 큰 지혜와 힘을 준다. 명상은 이러한 작업을 해내는 좋은 틈이 될 수 있다.


신뢰를 주는 주변인과의 교류는 자존감에 큰 도움이 된다. 과거의 부정적 기억이 아닌, 주변인의 신뢰가 스스로에 대한 인식의 근거가 된다면. 신뢰의 관계는 마음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이다.


트라우마를 해킹하다?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이라는 트라우마 치료 기법이 있다.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부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며, 눈의 초점을 좌우로 움직이는 대상에 맞추는 것이 치료의 방법이다. 조금 엉뚱하게도 들린다. 하지만 이 단순한 치료법은 매우 효과적이다. 30개 이상의 연구에서 이 기법의 효과가 검증되었다.


EMDR 기법은 트라우마가 정신에 미치는 지속적인 영향력을 감소시킨다. 좌우로 움직이는 눈의 움직임이 부정적인 기억을 처리하는 어떠한 신체적인 기능을 촉진시키는 듯하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며 신체에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점. 일관된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정보인 듯하다.


먼저,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기억을 최대한 명확하게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말하거나 글로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기억으로 인해 영향받는 자신의 상태를 표현해보자.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그리고, 거듭나고 싶은 자신의 상태를 떠올려보자. ‘나는 사랑받기 충분해.’ 그리고 초점을 좌우로 운동하는 눈의 운동을 실천한다. 이 것이 치료의 과정이다.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복잡성과 충격이 클수록 더할 것이다. 이런 경우 지지를 보내주고, 분석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적 상담사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이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번거롭거나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유튜브에 있는 동영상은 눈의 운동을 안내한다. 트라우마가 크지 않고,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경우라면 방청소를 하듯 혼자 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감정에 대한 책임.


트라우마가 없는, 부정적인 감정에 지배받지 않는 정신은 자유롭고 활발하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감정의 노예가 되어, 부정적인 감정이 자신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말자. 대신,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자식처럼 여기는, 감정의 부모가 된다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식을 아끼는 부모의 마음처럼, 자신의 감정을 아끼고, 염려하고, 필요한 것을 먹이고,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다.


평소 생활습관을 통해 안정적 감정의 필수조건인 건강한 신체상태를 유지한다면. 명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 감정을 밝혀내고, 제 때에 해소해낸다면. 창조적이고 행복하게 생활하며, 주변인에게 좋은 영향을 나눠줄 여력 또한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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