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현욱 Feb 01. 2021

학습의 뇌과학

한 통념이 우리의 무한한 잠재력을 막고 있다.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두뇌의 성장을 마친 상태이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이 어린이에 비해 현저히 결핍된다는 것.


하지만 이는 반쪽의 사실일 뿐이다.

어린이는 수동적으로도 외부세계를 학습할 수 있지만,

성인의 학습은 능동적이어야만 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학습이 어떠한 과정으로 두뇌에 각인되는지 명확하게 이해한다면, 성인의 학습은 어린이의 학습보다 더 단단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


여기에, 두뇌의 세포 형성을 촉진하는 '신경성장인자'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생활습관까지 따른다면, 살아 숨 쉬는 한 무언가를 배우기에 늦은 시간이란 없다.  



배움의 두뇌를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외부의 환경과 그에 따른 경험에 맞추어 변화하고 성장하는 두뇌의 성질을 일컫는다.


먼저, 신경세포를 뜻하는 뉴런이 무엇이고 어떻게 동작하는 것인지 알아보자.

모든 기억, 기술, 습관에는 그에 해당하는 뉴런이 있다. 두뇌는 뉴런의 집합체이다.


'고양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은 어렴풋한 형상과 인상이 있을 뿐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직접 기른 적이 있어서, 세세한 습성과 특성까지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고양이를 '안다'라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두뇌는 고양이에 대해 할당된 뉴런의 크기와 연결에서 차이가 있다. 고양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연상하는 사람은 '고양이' 뉴런이 더 많은 것이다.


고양이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워갈 때마다 뉴런은 점차 늘어났을 것이다. 고양이를 떠올릴 때 슈뢰딩거와 양자역학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의 두뇌에는 고양이 뉴런과 양자역학 뉴런 사이의 연결이 있는 것이다.


한 가지를 더 짚고 넘어가자. 모든 뉴런의 연결이 마치 디지털 회로처럼 일정한 것은 아니다. 어떤 연결은 더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뉴런은 발화가 거듭될수록 두터워진다. 더 두터운 뉴런은 더 빠르고 강하게 신호를 전달하며, 더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동작한다.


마이클 조던의 두뇌와 중추신경을 흐르는 농구에 대한 뉴런은, 아마추어 농구선수에 비해 더 촘촘하며 두텁고 광범위할 것이다. 이는, 더 강하고 더 정확한 농구실력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더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말이다. 끝없는 학습과 반복을 통해, 농구가 '제2의 본성'으로서 두뇌와 신경계에 자리 잡은 것이다.


이처럼 모든 학습은 그에 해당하는 뉴런의 물리적인 연결을 동반한다. 학습의 과정을 신체-물리적으로 바라보자면, 신경을 배양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경의 형성을 촉진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각성(노르에피네프린)된 의식적인 집중(아세틸콜린)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마음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집중한 것은 학습된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추돌사고를 겪는 순간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몸속에서는 스트레스 반응의 일환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강력한 각성감을 느낄 것이다. 또한, 상황에 대한 대처를 위해 의식은 고도로 날카로워질 것이다. 의식적인 집중을 담당하는 아세틸콜린이 작용해,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탐색하는 것이다.


이 경험을 겪는 이는 강력한 신경 형성의 유효한 자극을 경험하는 중이다. 아마 이 불쾌한 기억은,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대한 공포감으로 두뇌에 학습될 것이다. 이 또한 학습 / 신경 형성의 작용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의지를 가지고 집중한 기술, 기억, 습관을 두뇌에 각인하는 것일 테다.


일상적인 각성감을 담당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은 하루 중 깨어있는 시간에 활발하다. 이 때, 어떠한 대상에 의식적인 집중을 하게 되면 그에 대한 뉴런에 아세틸콜린이 작용한다. 이 두 호르몬이 동시에 작용한 뉴런은 마치,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은 문장 속의 단어나 문장과 같다. 이후 몸이 휴식을 때 - 특히 깊은 수면의 시간 동안 - 강조된 뉴런들은 새로운 신경을 물리적인 구조로 형성되고 강화된다.


의식 집중의 강도와 지속시간이 증가할수록 신경 형성 또한 강해진다. 반면, 외부 자극이 많더라도 이에 의식적인 집중을 쏟지 않으면 신경 형성은 미미하다.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으로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답은 '가능한 한 많이!'이다. 의식적인 노력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집중하는 것이 가장 큰 학습의 결과를 가져온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집중에 필요한 정신적인 에너지는 두뇌의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집중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 의지력을 짜내 집중하려 시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학습의 대상에 압도되는 불쾌한 경험 또한 학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근원적이고 기초적인 실천은 하루 중 가장 깨어있는 시간을 학습의 시간으로 할당하는 것이다. 이 시간은 습관과 유전적인 성향에 따라 사람마다 차이가 날 수 있다. 누군가는 아침에 가장 정신이 맑을 것이며, 누구는 오후 늦은 시간에 가장 고양된 정신을 경험할 것이다. 신체는 각성과 휴식의 24시간 리듬을 일정하게 반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학습이 삶의 주요한 과제라면, 가장 정신이 고양되어있는 시간대를 학습에 일정하게 할당하는 습관의 여부가 학습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효과적인 학습의 필요조건인 각성감과 의식적인 집중은 신체적인 불안감(Agitation)을 수반한다. 마치, 화를 참을 때 손이 떨리는 것과 동일한 성분의 신호가 작용한다. 노르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의 신체적인 체험은 일종의 진동의 에너지와 같은 불안정한 운동성이다. 노력을 통해 누적되는 노르에피네프린의 불안정감이 임계점을 넘어갈 때, 그만두고 싶다는 욕구가 경험된다.


이 작용의 근원적인 원인은, 배움 자체가 도전을 수반하는 '불편한' 자극이기 때문이다. (만약 도전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은 학습이 아니라 반복에 불과할 것이다.) 인체는 도전적인 자극에 대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지-결과가 어떨지(Duration-Path-Outcome / DPO)를 본능적으로 계산하여, 이를 타개하려 한다. 가장 짧게, 가장 쉽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길을 궁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본능은 긴 호흡의 집중과, 학습의 난점을 기꺼이 마주하려는 - 훌륭한 학습의 태도와는 반대된다.


이 불안정함과 그에 따른 불편함 - 노르에피네프린의 부작용을 상쇄하는 것은 도파민의 작용이다. 도파민은 노르에피네프린이 불편함으로 인식되는 작용을 누그러트리고 정신적인 에너지 - 의지력을 고양시킨다. 그러므로 학습에 관한 기대감, 보상 감은 학습을 지속하고 싶다는 의지를 지탱해준다


(이를 일관되게 촉발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법은 성공의 뇌과학에 설명되어 있다.)  



씨를 뿌리고(각성 + 의식적 집중), 물을 주고 기다리면(깊은 휴식), 결실을 얻는다.


그렇다면, 땅을 더 비옥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


이 땅의 비옥함에 비견될 만한 것으로, BDNF(뇌유래영양인자)라 불리는 호르몬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두뇌와 신경계에 발현되는 일종의 성장호르몬으로서, 뉴런의 만능 비료에 비견될만하다.


운동은 BDNF를 늘려주는 가장 직접적인 실천이다. 30분의 운동은 강도에 따라 BDNF를 1.5~2.2배가량 늘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주 4시간 운동한 사람의 두뇌를 관찰한 결과, 해마체의 크기가 더 커졌다는 연구결과가 또한 있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두뇌의 기관인 해마체가 더 커졌다는 것은, 배움의 근육이 붙었다는 말과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두뇌와 지능의 근원적인 존재 이유는 몸의 움직임을 생존에 유리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운동이 두뇌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재미있는 것은, 단식도 BDNF를 늘려준다는 것이다. 아마도, 배고픔의 상황을 타개하도록 새로운 가능성을 탐사하도록 고안된 진화의 결과물일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이자면, 풍부한 BDNF는 호기심과 학습에 대한 열망으로 경험된다. 삶의 행복감이나 미래에 대한 전망에도 영향을 준다. 배운 내용이 더 오래, 더 깊게 남는 것은 물론이다.



완전히 건강한 사람이라면 아침에는 완전히 깨어있고, 저녁에는 완전히 잠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자극과 인공조명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깊은 수면, 온전한 각성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 때가 많다. 이때, 적절한 각성제의 사용은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가장 익숙한 각성제인 카페인은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의 양을 늘려준다. 카페인을 전략적으로 사용한다면, (신체의 밸런스가 크게 어긋나 있지 않는 한) 각성감을 학습에 적합한 수준으로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카페인을 과용할 경우 오히려 불편함이 경험되어 학습을 오래 지속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때로는  흐릿한 정신으로 집중하려 애쓰는 것보다, 적정량의 카페인을 사용해 적정한 수준으로 각성감을 고양하는 것이 학습을 위해서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아세틸콜린의 활동과 양을 늘리면, 학습은 가속된다. 대표적인 아세틸콜린 보충제인 CDP-Choline이나 Alpha-GPC가 학습의 결과를 늘려준다는 연구결과는 상당히 일관된 편이다.


중독성이나 건강상의 결과에 대해 논쟁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작용해 아세틸콜린의 활동을 자극하고,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물질인 니코틴은 학습능력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 의존성 없이 일주일에 2-3회로 제한해 사용할 수 있다면, 니코틴 껌이나 패치는 학습에 매우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적 접근들을 모두 뛰어넘는, 학습에 그 무엇보다 심대한 영향을 주는 것은 깊은 수면이다. 수면은 학습 과정의 절반을, 어쩌면 더 큰 몫을 차지한다. 깊은 수면에 드는 일관된 습관이 뒷받침이 된다면 각성을 위해 외부의 물질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장기적이고 근원적으로 학습능력을 개선시키는 것은,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하는 것이라 말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전 01화 성공의 뇌과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