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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나 Oct 15. 2024

세상에 없는 제목

어떻게든 먼저 보여줘야지.

 블로그에 있던 카테고리 중 하나를 브런치 북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역시나 가장 고민되는 건 어떤 제목을 붙이느냐다. 서점에서 일하다 보면 매일매일 생각보다 꽤 많은 신간이 입고된다. 소설만 하루 10종 내외. 더 많은 날도 있고, 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에세이의 경우는 더 많고, 다른 분야까지 합치면 매일 서점에 입고되는 신간은 어림짐작과 과장을 보태 하루 100종은 되어 보인다. 그나마도 일정 수량이상 출고되어야 작은 지점까지 입고되니 입고조차 못된 신간은 또 얼마나 많을까. 신간들을 아무리 신간코너에 예쁘게 진열을 해도 모두가 독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지는 못한다.


 결국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눈에 띄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어떻게든 독자의 눈길이 먼저 닿고 손길이 닿아서 제목이 읽히고 책이 손에 들려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입고되는 책을 정리해야 하는 직원들이 아니면 모든 책을 그렇게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출판사에서는 더 눈에 띄는 제목과, 북디자인, 그리고 광고에 매달리게 되는 걸 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거 없이 어디선가 입소문을 잘 타고 꾸준히 찾게 되는 책도 있고, 1인 출판인데 대박이 나서 미친 듯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도, 출간된 지 오래되었는데 다른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대박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떻게든 독자의 손길이 닿게 하는 게 출판사의 역량이라면, 그 다음 베스트나 스테디로 유지하는 건 작가의 역량이다. 광고로 책을 한번 들어보거나 클릭해 봐도 구매로 이어지는 건 아무래도 내용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러니까, 똑같은 내용이라면 제목이 중요하다는 게 아닌가. 제목이 평범한데 내용이 좋은 책과, 제목은 엄청 괜찮았는데 내용이 영 따로 노는 책. 안 돼 안 돼, 좋은 제목에 좋은 내용이 짝꿍이 되어야지. 둘 중 하나만 고르려고 하다니. 아직 수련이 더 필요하다.


여하튼 이미 일부 포스팅이 된 글이 있고 잘 마무리를 해서 브런치북을 만들면 좋은데, 이미 어딘가에 같은 제목의 책이 있으면 어쩌지? 왠지 그런 제목을 본 것만 같아. 그래서 서점 사이트와, 블로그와, 검색사이트에 검색해 본다. 브런치에도 검색해 본다. 다행히 없다. 이걸로 제목을 하자. 하지만 아직 글이 완성된 건 아니니까 제목은 우선 나만 알고 있는 걸로.


그런데.


며칠인가 지나고 갑자기 또 검색이 하고 싶었다. 그렇게 흔한 내용의 에세이는 아닐 것 같았는데. 흔했나.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제목으로 브런치 북이 출간됐다. 2분 전? 5분 전? 으엉?

 

열심히 짱구를 굴려서 만들어둔 제목을 뺏기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좀 빨리 우선 브런치 북을 출간하고 글을 수정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선수를 뺏긴 느낌. 엄청나게 잘지는 제목은 아니지만 평범하게 재미있을 것 같은 제목이었는데. 그 제목이었으면 내 글이 더 눈에 잘 띄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보다는 그 작가님이 먼저부터 마음속에 그 제목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내가 다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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