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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서리 Jan 18. 2023

좋아바. 아이스크림 아니고 회의이름입니다.

고학년을 맡는다면 여기에 눕겠다.

  때는 5학년을 맡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 수업을 하다가 우연히 읽게 된 학급 경영 책에 일주일 동안 좋았던 것, 아쉬웠던 것, 바라는 것을 하는 '좋아바 회의'가 좋다고 쓰여 있었다. '좋아바? 오~ 쉽게 가는 길이다! 놓칠 수 없지! '


(그 주 금요일... 미리 계획한 척, 엄숙한 척)

"지금부터 금요일 6교시에는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좋.아.봐 회의를 하겠습니다. 여기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다 해야 더 나은 모습의 우리가 되니까 잘 참여해 봅시다. 선생님이 잘 들어보고, 마지막에 같이 할 수 있는 일이나, 들어줄 수 있는 요구는 들어주겠습니다. 학급대표는 여기서 나온 의견을 자치회에 전달하도록 하세요."

학급대표 2명이 진행하고, 칠판, 회의록 서기 2명을 뽑아 기록을 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1년 동안 했던 학급 경영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다. 왜냐하면 시스템만 정착이 되면 나는 말을 안 해도 되니까 ^^.


  그렇다고 아이들이 방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뜨거운 맛을 보았다. 특히 회의가 진행되면서 자기들끼리 규칙을 정하기도 했는데 '특정인을 비방하는 의도의 발언은 하지 않기(아쉬웠던 점 파트).' , '실현가능성이 없는 점은 말하지 않기(바라는 점 파트).'를 스스로 제정했다. 이에서 출발해 선생님은 껴 주지 않는 자기들끼리 하는 카톡방에서도 규칙을 정했더랬다. 욕, 도배하면 강퇴, 남 비방하면 그 즉시 캡처하여 선생님에게 보여주기라나... 기특했다. 스스로 제정한 규칙은 살벌하게 지킨다(실제로 카톡 관련해서 별로 사건을 해결한 적이 없다). 내가 아마 조금이라도 규칙제정에 개입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


  또한,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회의를 좋아했고, 진심이었다. 어느 날 자신들이 발의한 '교실의 자리배치를 어떤 형태로 할까?'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서로 토론을 하다가 진짜로 싸워버렸다. 각자 주장한 자리배치의 효용성을 이야기 하다가 싸운 것이다. 끝까지 '~님' 이러면서 존댓말로 싸웠다. 물론 며칠 안 가서 투표로 제정된 형태의 자리배치가 너무 성공적이어서 화해하기는 했지만 살벌하기도 했고, 토론을 이렇게 진심으로 한다는 것에 감명받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들의 의견은 정말로. 좋았다. 아이들은 좋아바회의만 기다렸다가 하고 싶은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그 덕분에 1년 동안 학교는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였다. 예를 들어, 음악 시간에 '우리 반 클럽'(미러볼설치하고 가운데에서 미리 준비해서 춤추기), '랜덤플레이댄스'를 놀랄 정도로 신나게 했다. 이 외에도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여 수업의 주제, 형태를 바꿀 수 있으니 수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반은 교사였다(교육과정 나보다 잘 짜는...^^).


  이 덕분인지 그 해, 5학년 전교 부회장, 다음 해 6학년 전교 1,2학기 회장은 모두 우리 반 출신들이 당선이 되었다. 모두 좋아바회의에 목숨 걸었던 아이들이었다. 아마도 연설을 흡입력 있게 했기 때문에 당선이 되었지 않았나 싶다. 내가 봐도 찍고 싶게끔 잘했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훈련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40분 회의에서 30분 정도는 표정은 완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휴식을 취하고(?), 막판 10분 동안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칠판을 열심히 읽으면서 할 말을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태연하게) 일주일 동안 았던 점을 이야기한 것에 감사를 표하고, 쉬웠던 점 중에 심각한 한 두 개를 짚어 해결방법을 상의해서 투표로 정하기도 하고, 라는 점 중에 학급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해결해 주고, 학교로 넘어갈 것은 회의록을 챙겨 전체 어린이 회의에서 전달하도록 했다. 나는 과거에도 지금도 좋아바회의를 사랑한다. 이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회의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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