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감사
1부 EP18. 자살충동과 진심 어린 충고
죽고 싶다,라는 생각만 가득했던 하루였다.
나는 정말로 올해 중에 죽으려고 이렇게 힘든 것일까. 정말 나는 이러다 자살하게 될까. 한계에 몰린 것 같이 숨쉬기가 답답했다. 결국 일과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반차를 쓰고 집에 왔다.
집에 온 나는 곧바로 비상약을 먹고는 침대 속에 숨어 자살 방법을 서치했다. 약을 먹는 것이 제일 평화로워 보이지만, 요즘은 약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음으로 가장 덜 고통스러워 보이는 방법은 투신인데, 13층 베란다에서 자발적으로 뛰어내릴 생각을 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외의 방법들도 눈에 띄는 것들을 찾아보았는데, 인터넷의 수많은 글들을 보다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한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 그는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했고, 약을 먹고 있으며, 죽는 방법들을 찾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에 공감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댓글로 달아 놓았는데, 그 모든 댓글들을 읽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각자의 아픔과 사연을 가진 사람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세상에 이렇게 힘든 사람들이 많았을까. 이렇게 죽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까.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그 사람들과 함께 죽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 하지만 그뿐, 감히 시도는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긴긴 댓글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고, 박에게 밥 먹으러 우리 집으로 올 수 있냐고 연락을 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견디기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박 역시 컨디션도 안 좋은 데다가 병원까지 다녀와서 못 만날 수도 있겠거니, 했는데 박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를 보러 와 주었다. 우리는 집에 있던 반찬으로 저녁밥을 먹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박은 무엇 때문에 힘드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퇴근하고 생각한 것들을 얘기했다. 너무 지치고, 살아 있는 게 지겹다고. 출근도 힘들고 일하는 것도 힘들다고.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박은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옅은 한숨. 그리고 나에게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다.
-힘들면 일을 쉬어라.
-일을 쉬지 않겠다는 생각은 내가 좋은 사람, 좋은 직원이라는 자만과 욕심에서 나온 생각이다.
-자기 몸 생각을 우선으로 해라.
-네 몸이 지금 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느냐. 너무 힘들다고.
-너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니 잠깐 쉬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너같이 좋은 사람이 아파서 오래 일할 수 없는 것이 더 문제 아니냐.
나는 박의 손을 잡은 채 울었다. 박은 오늘부터 미션을 정해서 매일 하자고 제안했다. 박이 제안한 미션이란, 매일 감사한 것 3가지 말하기.
그러고서는 본인이 먼저 감사한 것을 3가지 말했다. 첫 번째, 오늘 출근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두 번째, 병원을 다녀올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세 번째, 몸이 너무 힘들었으면 나를 못 찾아왔을 텐데, 나에게 올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그래서 나도 말했다. 첫 번째, 오늘 업무가 어렵지 않았음에 감사합니다. 두 번째, 오늘 박이 나의 집에 와주어 감사합니다. 세 번째, 박이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