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EP03. 눈물과 가족
우리는 작은 식탁에 모여 그동안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밥을 먹었다. 막 엄청 오랜만은 아닌데 왜인지 너무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동생은 취직한 중소기업이 너무 힘들다며 한탄을 하고, 상사가 어떤 식으로 자신을 갈구는지 설명해 주고, 우리는 듣고 있다가 같이 상사 욕을 해 주었다. 그래도 마냥 철없어 보이던 어린아이가 스스로 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버는 모습이 너무 대견해 보였다.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하는 터라 집안 살림이 쉽지 않다고 투덜댄다. 엄마는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다가 결국 동생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게 만들고 나서야 잔소리를 멈추신다.
밥을 먹고 나니 밤이 되었다. 본가에는 내 방이 없다. 동생은 자기 방에 쏙 들어가 버리고, 엄마와 나는 안방에 누워서 TV를 켜놓고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는 두 달여간을 매일매일 우시다가,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 울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너무 죄송했다. 어릴 땐 사춘기조차 얌전하게 넘기더니 다 커서 이렇게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는구나, 싶었다. 첫째 자식이 취업을 할 때 둘째 자식은 방황을 하고, 그 방황하던 둘째 자식이 비로소 취업을 하니, 다른 하나는 아파서 그만둔다고 한다. 엄마는 언제쯤 온전히 행복하실 수 있을까.
다시 제주로 오는 날. 오만가지 영양제를 바리바리 싸 주셨다. 비타민 B, C, D에 마그네슘까지. 밤새도록 의학 유튜브 채널을 본 엄마는 비타민 박사가 되어 있다. 나는 챙겨 먹기가 너무나 귀찮을 걸 알면서도 군말 없이 받아서 가방에 넣었다.
제주 공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서쪽으로 이동하고 나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족을 만난 시간은 아주 잠깐이지만, 그 잠깐의 포근함과 고마움을 마음속에 기억한 채로 더 긴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 다들 대한민국의 어딘가에 뿔뿔이 흩어져서 맡은 책임을 다하고 살아가다가 다시 웃으며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