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 Oct 19. 2021

엄마가 아기였으면 좋겠어.

아이는 나를 살리러온 치유천사입니다.


둘째가 다섯살일 때,

1학년 첫째, 학교 보내놓고

둘째랑 단둘이 밥먹고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둘째가 이런 얘기를 하는거예요.


엄마, 아기였으면 좋겠어



갑작스러운 말에

뭘까 싶었어요.


엄마 아기면 내가 엄마랑 놀아줄거야



연이은 말에 괜히 찔리더라구요

'아 내가 못 놀아줘서 그런가'

'놀아달라는 말을 저렇게 돌려서 얘기하나'


그래서 아이에게 이렇게 얘기했어요.


"은찬아, 엄마가 은찬이랑 

더 잘 놀아줬으면 좋겠어?"


그랬더니 아이가 또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엄마가 아기면
내가 엄마랑 놀아줄거야



연이어 이 말을 듣는데

여전히 아기가 되고 싶은 내 맘을

둘째가 아는구나 싶더라구요.


이 아이가 나를 치유하러 왔구나.


아~~ 아이는 

이미 내 맘을 다 알고 있구나!


나도 우리 신랑이 아이들에게 주는 것 같은

사랑이 받고 싶었어요.

나도 내가 아이들한테 주는 것 같은

사랑이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때론 아이들을 상대로

떼도 정말 많이 썼어요.

제발 나를 좀 사랑해달라구요.


아이들에게 그렇게라도 받을 수 있다면

지난 내 어린 시절이 조금은 덜 억울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지나와보니

나를 정말 사랑해주지 못했던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였더라구요.


그리고 오히려 아이들은 

늘 나를 한결같이

사랑해주고 있더라구요.


엄마 마음안에

슬퍼하는 아이가 있다는걸

아이는 알아요.


특히나 둘째는...

어쩜 그럴까 싶을 정도로

가끔씩 훅하고 들어와서는

저를 치유해주어요.


나를 살리러 온 치유 천사.

아이들.


개지랄떨고

거거품물고

가끔 무섭게 노려보는 엄마인데도,

아이들은 조건없이

이런 엄마라도 사랑해줍니다.


'무엇인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며 아이를 키웠어요.

그런데 지나와보니 그 마음은 족쇄가 되어

나와 아이를 때때로 행복하지 않게 만들었어요.


이제는 압니다.


내가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줘야 할 유일한 일은

나의 아픔을 마주하고

내 두려움을 아이에게

전달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요.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이제는 당신들의 최선임을 압니다.

나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친구이자 나의 치유자.

신랑 감사합니다.

당신이 있어서 나는 살았습니다.


나와 함께 자라 준 아이들.

너희가 있어서 엄마는

길잃은 아이에서 벗어나

나의 길을 스스로 찾아갈 있는

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

정말 감사합니다.


두려움 너머의 세상에는 

언제나 '자유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압니다.

저는 지금도 여전히 불완전한 사람이지만,

내가 겪는 이 모든 시간들이

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믿기에

힘을 내어 나아가 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자유로울지도.


오늘도 아이를 키우며

나를 찾기 위해 고분분투하시는

세상의 모든 아빠, 엄마들.

당신은 언제나 아이에게

가장 좋은 아빠, 엄마입니다.

노력하는 당신의 그 모습만으로

충분합니다.


사랑합니다♡



        

이전 29화 미치게 아파도 해야만하는 홀로서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